[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책정한 이사 보수 한도를 최대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비까지 남김없이 집행한 배경에는 사내이사 보상 확대와 이사회 권한 강화가 맞물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현대차가 올해 이사 보수 한도를 20% 증액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현대차가 그룹 로드맵을 실현할 실질적 주체라는 점에서 핵심 경영진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한편, 이사회의 전략적 의사결정 역량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 지난해 이사 12명에 총 236.9억 집행…대부분 사내이사 상여 파악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이사 보수로 총 236억9000만원을 집행했다. 당해 이사 보수 한도 237억원의 99.96%를 소진한 것이다. 통상 기업은 이사 퇴임이나 성과금 등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보수 한도를 넉넉하게 잡는데, 이를 감안해도 현대차의 이사 보수 지급액은 이례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대차의 지난 10년(2015~2024년) 평균적인 이사 보수 집행률은 한도 대비 77% 수준이었다.
현대차의 지난해 이사 보수 지급액은 이사회 규모의 변화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전년(168억1800만원)보다 40.9% 증가했다. 이 회사는 사내이사 5인과 사외이사 7인 총 12명으로 3년째 유지되고 있다.
업계는 현대차의 개인별 보수 현황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보수 대부분이 사내이사 상여로 지급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차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의 경우 고정 보수를 받는 데다, 경영성과에 연동되는 별도의 경영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해 상반기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 보수로 총 5억1800만원을 지급했는데, 1인당 평균 7400만원 꼴이다. 이로 역산한 현대차 사외이사 7인의 연간 보수는 총 10억3600만원(인당 1억4800만원)이다. 사내이사 5인이 받은 보수는 총 226억5400만원으로, 2024년보다 67억원 가량 더 수령한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해당 보수에는 이동석 전 사장(생산·안전 총괄 대표이사)의 퇴직금 일부가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외이사 보수 역시 인상됐다. 현대차 사외이사는 2024년 연간 1억2000만원의 보수를 받았으나, 지난해 23.3% 늘어난 것으로 계산된다. 사외이사 보수가 증액된 요인으로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고도화가 꼽히고 있다. 현대차 이사회 내 위원회는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지속가능경영위원회 ▲보수위원회가 운영 중이며, 사외이사들은 최소 2개 이상의 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 한도 40% 상향 조정…경영 목표 달성·그룹 로드맵 실현 주축
눈길을 끄는 부분은 현대차가 올해도 이사회 규모를 12명으로 운영하지만, 이사 보수 한도는 전년 대비 19.8% 늘린 284억원으로 산정했다는 점이다. 이로써 현대차는 2022년부터 5년 연속 이사 보수 한도를 상향 조정하게 된다. 현대차는 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 만료를 앞둔 호세 무뇨스 사장과 이승조 재경본부장(CFO)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과 용퇴한 이동석 전 사장의 후임으로 최영일 부사장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다룬다. 사외이사의 경우 기존 멤버인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감사위원회 위원인 장승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를 재선임할 예정이다.
표면적으로 현대차의 이사 보수 한도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해 이사 한도를 거의 채운 터라 임원 급여 인상이나 상여, 임원 퇴직금 등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비용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사내이사의 이 같은 인센티브가 글로벌 경영 성과에 따른 정당한 보상이라는 평가라고 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된 관세 25%와 전기차 수요 둔화 등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과 맞닥뜨렸다.
하지만 현대차는 지역별 전략 신차를 출시한 데 이어 고부가 차종 중심의 판매 믹스 개선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그 결과 현대차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6.3% 늘어난 186조2545억원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5% 줄어든 11조4679억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초 제시한 경영 목표 '매출 184조~185조7000억원, 영업이익 11조~13조원'를 충족시켰다.
특히 현대차가 그룹에서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수소,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 확장에 선봉장 역할을 수행 중이라는 점은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그룹 명운이 걸린 미래 설계도를 짜는 경영진에게 실적에 걸맞은 보상을 제공해 미래 사업에 대한 실행 동력을 결속시킨다는 전략인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전북 새만금에 단행하는 9조원 규모의 미래 투자 역시 현대차가 주축이다.
이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보수 한도는 지급 가능한 상한선을 의미하는 것으로, 실제 지급 규모는 심도 있는 검토를 통해 경영성과 및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 사안"이라며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 이사회 역할과 책임 범위가 확대되는 가운데 성과 연동 책임경영 체계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보수 한도를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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