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KCGI의 한양증권 인수전 성패가 내년에야 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CGI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아직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최근 국정감사 등에서 대두되고 있는 OK금융그룹 관련 이슈가 딜 성사의 키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양증권은 KCGI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지난 9월 체결했다. 이는 KCGI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7주 만이다. 최종 인수가는 2203억원으로, 한양학원, 백남관광, 에이치비디씨가 보유한 보통주 376만6973주(29.59%)를 KCGI가 인수하는 형태다.
다만 본계약 체결 후 한달 반이 지난 현재까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KCGI는 금융감독원 실무자들과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킥오프 미팅만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킥오프 미팅에서는 KCGI가 한양증권 인수를 위해 조성한 프로젝트펀드(PF) 구성 등을 설명했다. 이후에는 당국과 추가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고, 연말까지 예정된 미팅 역시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킥오프 미팅 후 뚜렷한 진전이 없는 데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신청 역시 늦어지면서 KCGI가 펀드 출자자 중 하나인 OK금융그룹의 '대부업 논란'에 부담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OK금융은 지난 2014년 예나래·예주저축은행 인수 당시, 5년 내 대부업 자산의 40%를 감축하고 2024년 말까지 대부업을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최근 국정감사에서 최윤 회장의 동생 명의로 HNH파이낸셜 등의 대부업체를 '우회 운영'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신속하게 연내에 정리 명령을 내릴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OK금융은 KCGI가 한양증권 인수를 위해 확보한 강력한 우군 중 하나다. 이번 인수전에 유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한 OK금융은 총 인수금액 2203억원 중 절반 가량에 해당하는 1000억원을 KCGI가 조성한 PF에 후순위 출자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OK금융의 출자 비율이 해당 펀드 기준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OK금융의 대부업 논란이 종식되기 전에는 KCGI의 한양증권 인수절차가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밖에 OK금융이 단순 출자가 아니라 인수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도 나오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에는 한양학원의 파킹딜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출자자로 OK금융이 참여하면서 이들에 매각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OK금융이 지난 상반기부터 종합금융사로 도약을 위해 증권사 인수 의사를 밝혀 온 것을 감안하면,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라는 평가다.
실제로 IB업계에서는 지나치게 높은 인수가로 인해 KCGI가 OK금융을 제외하고는 매각처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당초 IB업계에서는 특수관계자의 지분 약 40%에 대한 한양증권의 인수가를 1500억원 내외로 예상했으나, KCGI가 이 중 한양학원 및 김종량 이사장의 지분(총 9%)을 제외하고도 2000억이 넘는 가격에 인수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KCGI 측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태원 KCGI 운영부문 대표는 "현재 금융당국과 협의중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공개하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 달라"며 "검토하고 준비할 것이 많아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출자자들이 한양증권 지분 인수에 어떻게 참여할지 결정되지 않은 상황으로 파악하고 있어,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KCGI 측이 내부적으로 정리를 한 뒤에 미팅을 제안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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