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행동주의'로 유명한 펀드 운용사 KCGI가 한양증권 인수를 눈앞에 두면서 KCGI자산운용에도 눈길이 쏠린다. KCGI가 한양증권을 손에 넣는다면 자회사인 KCGI자산운용도 증권사와 협업을 통해 몸집을 키우는 등의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는 한양증권 인수를 위한 마지막 관문으로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남겨놓고 있다. KCGI가 이 심사를 통과한다면 KCGI자산운용 역시 증권 계열사가 생기면서 상당한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KCGI는 지난해 7월 메리츠자산운용을 인수한 뒤 그해 8월 사명을 KCGI자산운용으로 바꿨다. 새출발한 KCGI자산운용은 그전보다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나타내면서 성공적인 인수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KCGI자산운용은 메리츠자산운용 시절인 2022년 영업수지‧순손익 적자를 봤다가 2023년 모두 흑자전환했다. 올해도 상반기 별도기준 영업수익은 91억원으로 집계돼 전년동기대비 14억원(18.2%) 증가했다.
다만 실적 상승세를 중장기적으로 뒷받침할 운용자산(AUM, 순자산총액+평가액)은 제자리를 걷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KCGI자산운용의 전체 운용자산은 20일 기준 2조5303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동기대비 153억원(0.6%) 줄어든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KCGI가 한양증권을 인수한다면 KCGI자산운용의 운용자산 확대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KCGI자산운용이 한양증권을 찾는 고객을 잠재적인 금융투자 상품 판매층으로 새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는 금융투자 상품 공급 측면에서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다. 자산운용사는 보통 직접 만든 금융투자 상품을 다른 분야의 금융기관을 통해 개인 고객에게 공급한다. 이 금융기관 가운데 증권사의 비중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으로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공모펀드 전체 판매잔고 253조2667억원 가운데 67.43% 규모가 증권사를 통해 공급됐다. 이는 은행(27.97%)이나 보험(1.41%)을 훨씬 앞지르는 규모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계열 증권사가 있으면 안정적인 상품 판매 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현행 자본시장법상 펀드 상품 판매사는 연간 신규 판매액에서 계열 자산운용사 펀드의 비중을 25% 이하로 낮춰야 한다. 그럼에도 대형 자산운용사 상당수가 계열 증권사를 주력 판매 창구로 두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7월 말 기준 전체 펀드 설정잔액의 22%를 삼성증권을 통해 판매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33%), KB자산운용(22%), 신한자산운용(18%), 한국투자신탁운용(14%) 등도 계열 증권사를 통한 상품 판매 비중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증권사 역시 규모가 비교적 큰 계열 자산운용사가 있다면 개인 고객에게 판매할 금융투자 상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그밖에 금융투자 시장 리서치나 마케팅, 해외 진출 등을 함께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 때문에 계열 자산운용사를 둔 금융그룹은 인수합병이나 신규 설립을 통해 계열 증권사까지 확보하는 경우가 잦다. 반대로 계열 증권사가 있는 금융그룹에서 자산운용사를 설립하거나 사들이는 사례도 나타난다.
우리금융그룹과 다우키움그룹이 대표적이다. 우리금융그룹은 2019년 다자그룹으로부터 자산운용사 2곳을 인수했는데 이들은 현재 우리자산운용의 전신이 됐다. 그 뒤 우리금융그룹은 올해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하고 우리종금과 합병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했다.
다우키움그룹의 경우 주력 계열사인 키움증권은 2010년 자회사 키움자산운용을 설립했다. 그 뒤 2014년 우리금융지주 해체에 따라 매물로 나온 우리자산운용을 2014년에 사들인 뒤 키움자산운용과 합치면서 지금의 키움투자자산운용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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