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KCGI자산운용이 행동주의 펀드 운용사인 KCGI의 자회사로 새롭게 출발한 지 1년여가 지났다. 행동주의 펀드는 기관 전용 사모펀드의 일종으로 보통 특정 기업 주식을 매수한 뒤 그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나 배당금 확대 등 주주환원책을 강화할 것을 적극 요구한다.
그동안 KCGI자산운용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공모펀드를 내놓고 현대엘리베이터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등 KCGI의 행보를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양쪽 모두 일정 부분 성과를 냈지만 펀드 규모나 지배구조 개선 요구 관철 등에서 아쉬움도 남는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자산운용이 운용하는 국내 공모펀드들 가운데 행동주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펀드로는 'KCGI ESG동반성장증권자투자신탁[주식]'이 꼽힌다. 이 펀드는 KCGI자산운용이 KCGI에 인수된 뒤 처음으로 내놓은 공모펀드다.
KCGI자산운용은 이 펀드에 대해 "적극적 주주활동을 통해 투자기업의 기업가치를 현실화해 운용수익을 극대화하는 펀드"라며 "지배구조 문제 등으로 기업가치가 저평가됐으나 숨겨진 가치가 있어 지배구조 개선 시 초과수익이 가능한 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KCGI ESG동반성장증권자투자신탁은 KCGI자산운용이 현재 모기업인 행동주의 펀드 운용사 KCGI의 행보를 따라가기 시작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기도 하다. 앞서 KCGI는 지난해 7월 메리츠자산운용을 인수한 뒤 회사 이름을 KCGI자산운용으로 바꿨다.
김병철 KCGI자산운용 대표이사(부회장)는 당시 대표이사로 선임된 후 "장기투자라는 기존 투자철학을 유지하면서 ESG 투자를 강화하겠다"며 "지배구조 문제에 적극 대응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그 문제로 저평가된 기업이 있다면 기업가치를 적극 개선하는 '스튜어드십' 또한 행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KCGI자산운용은 KCGI ESG동반성장증권자투자신탁을 내놓으면서 행동주의를 표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대표 역시 상품 출시와 함께 "원칙대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관철해 주주환원율과 고객 투자수익을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KCGI ESG동반성장증권자투자신탁의 수익률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KCGI자산운용 운용보고서에 따르면 이 펀드는 처음 설정된 지난해 9월20일부터 올해 6월19일까지 전체 수익률 17.6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9.3%)보다 8.3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다만 KCGI ESG동반성장증권자투자신탁에 유입된 자금이 생각보다 적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펀드의 전체 순자산총액은 6월19일 기준 160억원 정도로 집계됐다. 순자산총액 50억원 아래가 분류되는 소규모 펀드는 아니지만 규모가 큰 편도 아니다.
올해 들어 KCGI자산운용이 다른 사업에 좀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KCGI자산운용이 올해 내놓은 공모펀드 상품은 'KCGI 초단기우량채증권투자신탁[채권]'과 'KCGI 공모주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으로 행동주의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KCGI자산운용은 메리츠자산운용 시절인 2021년 이후 3년 만인 올해 4월 새 ETF(상장지수펀드) 상품을 내놓았다. 이 상품 역시 해외 주식 투자에 중점을 두는 'KCGI 미국S&P500 TOP10' ETF다.
한편 KCGI자산운용은 KCGI ESG동반성장증권자투자신탁의 전체 투자자산 중 5.55%를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으로 갖고 있다. 이 주식을 바탕으로 최근 1년 동안 현대엘리베이터를 향해 행동주의 활동을 펼치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반쪽' 성과를 거뒀다.
앞서 KCGI자산운용은 지난해 8월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그해 11월 현대엘리베이터는 공개서한에 담긴 요구사항 중 하나였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등기이사 사임 등을 뼈대로 삼은 기업 지배구조 정책을 발표했다.
올해 들어 KCGI자산운용은 3월 28일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 회사에서 제시한 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현대엘리베이터 측의 안건이 통과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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