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로봇 솔루션 기업 '클로봇'의 원가율 상승이 주요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클로봇은 향후 매출 확대를 통해 원가율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낙관적인 매출 전망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클로봇은 지난달 26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총공모주식 수는 300만주, 희망 공모가액은 9400~1만900원을 제시했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밴드 상단 기준 약 2611억원이다.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클로봇은 지난 2019년 시리즈A 투자라운드에서 네이버, 현대자동차 등으로부터 투자유치를 받는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로부터 관심을 받은 회사다. 이 밖에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신한벤처투자 등 다수의 벤처캐피탈(VC)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며 총 누적 투자유치금액은 281억원에 달한다. 투자사들은 클로봇이 보유한 솔루션을 토대로 맞춤형 자율주행로봇(AMR)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점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로봇은 이번 IPO에서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 상대가치법을 이용했다. 몇 가지의 기준을 통해 로보스타, 라온테크, 브이원텍, 러셀 등을 유사기업으로 선정한 뒤 이들의 주가수익비율(PER) 평균(약 39배)을 도출했다. 여기에 클로봇이 오는 2026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추정 당기순이익의 현재가치(약 92억원)를 적용해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그러나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예상한 당기순이익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클로봇의 원가율은 약 90% 달하고 있는 반면, 증권신고서에서 클로봇 측이 예상한 원가율은 2025년 71%, 2026년 63%로 크게 낮아진 수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클로봇의 원가율은 2021년 78%, 2023년 85%, 2024년 6월 91%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가장 최근인 7월의 매출과 매출원가는 각각 13억2000만원, 13억1300만원으로 원가율은 99.4%에 달한다. 이는 사실상 회사가 판매하는 상품에서 남는 이익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원재료 매입 비중이 큰 물류로봇사업이 300% 성장하며 원가율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게 클로봇 측 설명이다. 또한 신규 시장에 대한 진입 초기 비용이 발생해 원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매출이 600억~8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2025~2026년에는 고정비 성격의 비중이 줄어들며 전반적인 원가율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클로봇이 증권신고서에서 '주요 유사업체'로 언급한 시스콘로보틱스와 모비어스의 원가율을 살펴보면, 원가 절감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 역시 클로봇과 같이 AMR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지만 최근 몇 년간 90%가 넘는 원가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콘로보틱스와 모비어스의 최근 2년간 원가율은 모두 90%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특히 지난해 온기 기준으로는 두 기업의 매출이 클로봇보다 높은 280억원, 330억원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기업의 원가율은 각각 91.9%, 110%로 나타났다.
IB업계에서는 클로봇이 상장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익 개선 방안을 확실하게 제시하지 못한다면 현재 산정된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함께 상장을 시도했던 시스콘로보틱스가 지난 7월 상장예심 단계에서 수익성 문제로 상장 계획을 철회했던 만큼 클로봇만의 차별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클로봇 관계자는 "최근 순찰 및 제조물류 로봇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과정에서 원가율이 증가한 측면이 있다"며 "향후 공급수량이 증가하고, 로봇 구매처를 다양화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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