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더 이상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국가 안위와 경제 주권을 지킬 전략 자산이자, 꺼져 가는 제조업에 다시 불을 지필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로봇 전쟁의 골든타임을 사수할 마지막 승부수는 결국 낡은 규제를 걷어낸 '특구(特區)'에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테슬라 '옵티머스'와 맞붙을 현대차그룹 '아틀라스'부터 생존을 위해 로봇 기업으로 변신하는 부품사의 사투, IPO(기업공개)와 동반성장펀드로 이를 뒷받침하는 자본의 흐름까지 치열한 로봇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 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등장은 미래 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가늠하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자동차 산업에서 축적한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제조 역량과 공정·품질 관리 노하우가 로봇 산업으로 이식되면서 자동차와 로봇이라는 이종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모습이다. 나아가 로봇 분야에서 쌓은 기술 역량이 다시 모빌리티 산업 성장을 이끄는 기술적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CES 2026'에서 하드웨어와 이동성 중심의 로보틱스를 넘어 고도화 AI 기술을 활용한 인간 중심 'AI 로보틱스' 전환을 선언했다. 모빌리티 제조부터 물류, 판매, 서비스에 이르는 전 밸류체인에서 '피지컬 AI' 대전환을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AI 로보틱스' 전환 선언…아틀라스의 등장
이 같은 전략 방향성은 올해 CES에서 공개된 아틀라스를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국내외 언론을 막론하고 아틀라스의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면서 현대차그룹의 로봇 사업 잠재력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주요 생산 거점에 아틀라스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현대차그룹의 경쟁력은 단순 완성차 제조를 넘어 로봇의 뼈대와 근육,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 개발과 인프라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있다. 특히 글로벌 완성차 중에서도 현대차그룹처럼 대규모 생산시설과 AI, 로보틱스 기술을 동시에 보유한 기업이 드물다. 엔드투엔드(E2E) 밸류체인을 기반으로 AI 로보틱스 역량 고도화 및 양산 가속화, 서비스 확장을 모색할 수 있는 구조다.
이미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기술의 융합을 실현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부터 차세대 이동형 로봇 플랫폼 '모베드' 상용화 판매에 돌입한다. 모베드는 바퀴 내부에 모터를 탑재하는 인휠 모터 구조를 갖췄다. 이는 자동차처럼 바퀴 안에 모터를 집어넣어 바퀴별 독립 제어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모베드 프로' 모델엔 AI 기반 알고리즘과 라이다(자율 주행용 영상 센서), 카메라 기능을 활용해 스스로 지도를 생성하고 경로 설정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로봇에서 자동차로 재이식…미래 모빌리티 완성도↑
이처럼 현대차그룹의 모빌리티 기술이 로보틱스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AI 로보틱스 기술을 제조 현장뿐 아니라 물류, 에너지, 건설, 시설 관리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과정은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이종산업간 경계 없는 협업) 시대의 핵심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나아가 로봇 산업의 발전이 중장기적으로는 모빌리티 산업으로 다시 확장되는 기술적 선순환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로봇의 관절 제어 기술과 극한의 환경에서 축적된 데이터가 미래 모빌리티 기술 고도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로봇은 기본적으로 3차원 환경에서 인지·판단·제어를 수행하므로 2차원 환경 기반인 자동차보다 고도화된 기술이 요구된다"며 "아틀라스 같은 로봇에서 파생된 인지 및 방향성·안정성 기술이 자동차에 거꾸로 적용되면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의 완성도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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