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더 이상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국가 안위와 경제 주권을 지킬 전략 자산이자, 꺼져 가는 제조업에 다시 불을 지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로봇 전쟁의 골든타임을 사수할 마지막 승부수는 결국 낡은 규제를 걷어낸 '특구(特區)'에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테슬라 '옵티머스'와 맞붙을 현대차그룹 '아틀라스'부터 생존을 위해 로봇 기업으로 변신하는 부품사의 사투, IPO(기업공개)와 동반성장펀드로 이를 뒷받침하는 자본의 흐름까지 치열한 로봇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 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최유라, 이세정 기자] 로봇이 차세대 국가 산업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세계 각국 정부도 로봇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생산성 향상과 품질 경쟁력 강화를 공통된 목표로 내세우지만 정부 지원 방향성은 각국의 산업 구조와 전략적 판단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현재 국가 차원에서 로봇 주도권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미국과 중국, 일본을 들 수 있다.
미국은 자국 제조업 경쟁력이 바닥을 친 상태로, 중국을 제외한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로봇 주도권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생산시설과 부품 공급망, 인재, 연구개발(R&D)를 함께 키우는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라는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제조업 중심의 로봇 활용도를 서비스 분야로 확대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글로벌 경쟁 구도 속에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주도의 R&D 확대, 투자 환경 조성, 선제적 규제 개혁을 통해 로봇 분야에서의 국가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美 제조업 붕괴·숙련공 부재…선택 아닌 필수
먼저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칩스법'을 앞세워 해외에 진출한 자국 기업의 유턴과 동맹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높은 인건비와 숙련공의 부재는 제조업 경쟁력 확보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거론되는데, 이를 극복할 유일한 대안으로는 로봇 자동화가 꼽히고 있다.
북미 첨단자동화협회(A3)의 통계에 따르면 북미 기업들의 로봇 주문량은 리쇼어링(본국 회귀) 정책이 본격화된 시점과 맞물려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22년 북미 지역의 로봇 주문량은 4만4196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11% 증가한 수치다.
특히 자동차 산업 외에 식음료, 소비재 등 일반 제조업의 로봇 주문이 급증한 것은, 로봇 없이는 미국 내 공장 가동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방증한다. 즉,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은 로봇 기술을 매개로 완성되고 있다.
미국은 연방정부는 물론 지역정부와 민간이 함께 만든 로봇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했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클러스터들이 연합체까지 구성하면서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매사추세츠 보스턴 로보틱스 클러스터, 피츠버그 로보틱스 네트워크, 실리콘밸리 등인데, 매사추세츠 보스턴의 '매스 로보틱스'를 중심으로 3개 클러스터가 연합해 미국 로보틱스 클러스터 연맹이라는 형태의 연합체를 구축한 상태다.
◆ 中 '세계 공장' 지위 사수전…자본 쏟아부은 로봇 드라이브
'세계의 공장' 지위를 위협 받는 중국 역시 로봇을 통해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15년 '중국 제조2025' 발표를 기점으로 첨단 기술 분야에 국가 차원의 막대한 자금과 정책을 총동원하는 '신형 거국체제'를 구축했다.
이어 2023년에는 '로봇플러스(+) 응용 행동 계획'을 발표하며 제조업의 자동화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인 로봇밀도(노동자 1만명당 로봇 대수)를 2배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는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첨단 혁신 산업에 향후 20년간 1조위안(207조원)을 쏟아붓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은 안정적인 내수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외국산 로봇 부품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공급망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 데이터 분석업체 ITJuzi에 따르면 중국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분야 투자 규모는 2024년 59억7500만위안(1조2000억원)에서 2025년 235억9800만위안(4조9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는 곧 성과로 나타났다. 2024년 중국 공장에 도입된 산업용 로봇은 29만5000대로 전 세계 시장의 54%를 차지했다. 로봇밀도도 2015년 19대에서 2023년 470대로 24.7배 증가했다.
◆ 日, 고령화 가속…서비스 로봇은 과제
일본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로봇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는 정책을 지속해왔다. 일본 정부는 이미 2015년 '로봇 신전략'을 수립해 표준화와 규제 정비의 초석을 닦았으며 2022년에는 산업용 로봇을 '특정중요물자'로 지정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일본의 산업용 로봇 생산액은 2022년 기준 1조210억엔(9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제조 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하지만 노동력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용을 넘어 서비스 로봇 분야의 성장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실제 미쓰비시종합연구소는 AI 기반 '특화형 서비스 로봇' 시장을 신성장 분야로 꼽았다. 그중에서도 ▲돌봄·생활 ▲지역 관리 ▲극한 환경 분야를 사회적 영향과 가치 창출 잠재력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일본 정부는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일본 정부는 로봇 등 전략산업 투자기업에 시설 투자액의 최대 40%를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사전에 인증된 대학·연구기관과의 공동연구에는 공제율이 최대 50%까지 높아진다.
이처럼 각국은 로봇산업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선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 역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산업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R&D, 투자 확대는 물론, 실증 중심 정책과 규제 개선, 중장기적인 산업 생태계 육성 전략을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AI·로봇산업협회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로봇 기업은 양산 단계 이전의 R&D 및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어 제조 인력보다는 고학력 설계, 개발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며 "법적 근거에 기반한 지원 혜택과 규제 완화, 전략적 특화 단지 조성, 실효성 있는 인재 발굴 정책 등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