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가상자산 2단계법 당정 협의 과정에서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적법한 경로를 통해 축적해 온 기업 지분을 강제 조정하는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워 적합성 확보에 장기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현 지배구조 전반에 대변화가 불가피해지면서 기존 주주 및 오너 차원의 반발이 이어질 조짐도 감지된다. 이 같은 반발 조짐은 추후 위헌 논란 및 줄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이에 따라 2단계법 논의는 사실상 초장기화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상자산 2단계법 당정 협의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올해도 관련 제도화가 유야무야 될 것이란 관측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 예정돼 있던 당정 협의는 중동전쟁 등 사유로 한 차례 더 미뤄졌다. 이후 일정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를 향한 반대 목소리는 한층 거세지고 있다. 제도화 전망에 불확실성이 한층 고조된 셈이다. 현재 여당과 금융위원회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상한선을 기본 20%로 두고, 대주주가 법인인 경우 등에 한해 34%의 예외 상한을 허용하는 절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예기간은 시장 점유율에 따라 3년 혹은 6년으로 차등 부여된다.
문제는 규제당국 차원에서 기업 지분을 강제 조정하려 한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적법하게 축적해 온 지분을 사후적으로 조정하도록 하는 방식인 만큼 재산권 침해와 기업활동 자유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국회 입법조사처는 거래소 지분 제한과 관련해 "재산권 및 기업활동 자유 등 차원에서 위헌으로 판단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여·야 "혁신 저해·위헌 소지" 한 목소리…韓거래소 경쟁력 '직결'
특히 정계는 지분규제에 따른 폐해를 집중 조명 중이다. 창업 혁신 저해부터 국부 유출 가능성까지 다양한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해 소유분산 규제를 적용한 선례가 전무하다. 이에 글로벌 정합성과 동떨어진 '갈라파고스' 규제가 도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의 경우 해외 자본에 대해 지분제한(49%)을 두고 최소한의 기관투자자 지분(65%)을 요구 중이다. 다만 해당 규제의 본질은 소유분산이 아닌 자국의 규제·감독 권한 확보에 있다. 실제 베트남 기업은 거래소의 100% 지분을 소유해도 무방하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강제적인 지분 분산은 경영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하고 자본 해외유출 등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국내 거래소 지분을 강제로 시장에 내놓게 할 경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자본은 중국계나 바이낸스 등 거대 해외 자본일 것"이라며 "이는 곧 토종 플랫폼의 경쟁력 약화와 국부 유출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이어 "스타트업 기반으로 초석을 다져온 가상자산 업계에 지분 규제를 할 작정이었으면 당초 10여년 전 시장 형성 초기에 룰을 만들었어야 한다"며 "윗선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해 이제 와서 금융위가 당초 없던 규제안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발목잡기식 제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 의원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간담회에서 "최근 논쟁을 살펴보면 산업 성장 이후 사후적인 소유 구조 변경이나 경영권 직접 개입 방식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재산권 보호와 경영 자유 등 관점에서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창업가 및 투자자는 언제나 불확실성을 감수한다. 여기에 법과 제도의 방향성까지 예측할 수 없다면 투자와 혁신은 위축될 것"이라며 "스타트업은 미래 산업의 출발점이다. 규제 위험을 관리하되 혁신을 보호하는 균형 잡힌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선 '제도화 무기한 연기' 우려…민감사안 별도 논의 필요성도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2단계법 핵심 사안인 업권 부문 등만 먼저 떼어내 입법한 뒤 민감 사안은 별도 논의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핵심 쟁점에 밀려 가상자산 제도화 전반이 무기한 연기될 순 없다는 업계 공감대가 깔려 있다.
이정훈 한국디지털자산평가인증 전문위원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허가제에서 인가제로 바꾼다고 갑자기 공공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며 "정부가 공공성을 위했다면, 정부 차원의 공공 육성책을 먼저 내놓은 뒤 시장구조 변화에 대한 여론 수렴과정을 거쳤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재산권 침해, 창업 저하 등 부정적 의견이 쏟아지는 상황 속에서도 정부안을 밀어붙여야 할 배경이 별도로 있는건 아닌지 우려된다"며 "2023년 토큰증권 가이드라인 발표후 토큰증권 테마가 급속도로 위축됐던 사례처럼, 이번 가상자산법 정부안이 현안대로 확정될 경우 관련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도 "전 세계적으로 창업주 중심 지배구조를 장기간 이어가는 사례도 드물지만, 당국 차원에서 지분 조정을 강요한 사례는 아예 전무하다"고 말했다. 이어 "위헌 소지를 무릅쓴 금융당국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사실상 훼방으로만 비칠 뿐"이라며 "제도화 자체가 하염없이 장기화한다면 국내 업계는 글로벌 단위의 경쟁력을 확보할 적기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푸념했다.
◆제도권 편입은 이미 초장기화 수순
지분 제한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당정 협의는 이미 초장기화 수순에 접어들었다. 당정간 이견을 좁히고 국회 정무위원회로 넘어간다고 해도 거센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정계에 따르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야당 지도부는 이번 거래소 규제 전반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출하고 있다. 추후 6월 지방선거 이후 정무위 멤버가 교체되면서 관련 논의가 한층 장기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에 "가상자산 법제화는 올해도 물 건너갈 것"이란 공감대가 정계·업계 전반에 팽배해진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 정계 관계자는 "여야 및 금융당국이 의도·의미가 불분명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분위기가 여의도 쪽에 퍼지고 있다"며 "거래소 지분을 강제 조정하는 규제에 위헌 소지가 충분하다는 점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서 밀어붙이고 있다는 게 사실상 정설"이라고 말했다.
입법 논의가 장기화하면서 업계 차원의 반발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기존 거래소 주주들의 줄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다. 아울러 거래소 오너 차원의 법적 대응 가능성도 다분하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이번 규제가 거래소 지배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거래소 지분 제한은 대주주 적격성과 직결돼 경영권 및 사업자 갱신 등 과정에서 적잖은 파장이 이어질 수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들이 스타트업에 뿌리를 두고 있는 특성상 벤처캐피털(VC) 등이 투자자 명단에 대거 포함된 점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소송전도 불사할 수 있다"며 "특히 이번 규제 본질이 오너 측을 향하고 있는 만큼, 최후에는 오너들이 자산을 대거 풀어 경영권 방어 등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소들이 지분 분산안 대신 법적 대응안 등을 우선적으로 강구 중이란 후문도 있다"며 "타 기업과 합종연횡을 준비 중인 거래소들은 기업결합 심사 등으로 직결되는 만큼, 위헌 소지가 있는 규제 충족 대신 대대적인 반발 움직임을 이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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