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코스닥 상장사 '하이비젼시스템'이 대규모 적자에도 결산배당을 단행한다. 당초 별도 순이익의 15%를 배당하겠다는 중장기 방침을 제시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결정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배당금 총액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현금 환원 확대라기보다는 배당 기조를 끊지 않겠다는 '신호'에 무게를 둔 행보로 해석된다.
시장의 시선은 배당 자체보다 자사주 처리 방향에 쏠린다. 하이비젼시스템은 상장 이후 배당과 자사주 취득을 병행하며 주주환원 정책을 이어왔다. 최근 배당 의지를 재확인한 반면, 누적된 자사주는 아직 소각되지 않은 상태다. 자사주가 단순 보유에 그칠지, 소각을 통해 주당가치 제고로 이어질지, 혹은 다른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될지에 따라 주주환원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이비젼시스템은 보통주 1주당 8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총배당금은 10억2763만원이며, 지급일은 4월 17일이다.
이번 결정은 기존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과는 결이 다르다. 앞서 하이비젼시스템은 2023년 말 향후 3년간 별도 순이익의 15%를 배당하겠다는 방침을 공표했다. 그러나 2025년 사업연도에 24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음에도 배당을 단행했다. 순이익을 기준으로 한 가이드라인이 사실상 작동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예외적 집행에 나선 셈이다.
배당은 기업이 보유한 현금을 주주들과 나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이다. 특히 대주주 지배력이 높지 않은 하이비젼시스템의 지배구조를 감안할 때 그 의미는 더욱 크다. 배당금 대부분이 대주주에게 집중되지 않고 개인 주주들에게 고루 분배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을 '배당 규모'보다 '배당 기조 유지'에 의미를 둔 선택으로 본다. CCM 자동화검사장비 사업을 영위하는 하이비젼시스템은 2014년부터 2024년까지 11년 연속 배당을 이어왔다. 이번 배당금 총액이 10억원 수준에 그친다는 점에서 재무적 부담보다는 상징성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된다.
재무 여력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2025년 3분기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은 739억원, 이익잉여금은 2419억원이다. 최근 분기 기준으로 보면 배당 여력 자체가 제약을 받는 상황은 아니다.
주목할 점은 자사주다. 하이비젼시스템은 2013년부터 매년 신탁계약을 통해 자사주를 취득해왔다. 2025년 12월 11일 기준 보유 자사주는 209만6673주로, 전체 발행주식의 14.03%에 달한다. 코스닥 상장사 평균 자사주 비율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으로, 활용 방식에 따라 주가와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자사주는 매입 시점에 유통주식 수 감소 효과가 발생한다. 다만 소각되지 않은 자사주는 언제든 매각·교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잠재적 오버행' 성격도 동시에 지닌다. 보유만으로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하이비젼시스템의 자사주 활용을 둘러싼 시선이 예민해진 배경에는 세방과의 주식교환 사례도 있다. 하이비젼시스템은 지난해 7월 자사주 29만8842주를 세방에 넘기고 세방 주식 28만7144주를 받았다. 이를 두고 세방 소액주주연대는 경영권 방어 목적의 편법 거래라고 비판했다. 최근 관련 진정서가 금융감독원에 제출되면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하이비젼시스템 입장에서도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사주 활용 방안에 따라 자칫 상장 이후 10여년간 쌓아올린 신뢰가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사주는 매입 후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주주환원 효과가 있다. 유통 주식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매각에 나설 경우 주주환원 효과는 희석된다.
지배력 측면에서도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2025년 3분기 기준 최두원 대표의 지분율은 12%(179만3500주)다.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더라도 지분율은 약 14%로 2%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친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특성상 소각 시 실질 지배력은 다소 강화되지만, 경영권을 좌우할 수준의 변화로 보긴 어렵다.
반면 매각을 택할 경우 확보 가능한 현금은 상당하다. 11일 종가(2만450원) 기준 전량 매각 시 약 429억원이 유입된다. 이는 2024년 연간 영업이익(317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적자 전환 국면에서 현금 400억원대는 전략적 투자 재원으로서 무게감이 작지 않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자사주 일부 소각 후 나머지를 교환사채(EB) 발행 등으로 활용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다만 EB 발행은 명확한 투자 목적과 자금 사용처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주주가치 희석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세방 사례에서 보듯 소액주주와의 이해 충돌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하이비젼시스템의 선택지는 단순하지 않다. 소각은 상징적이지만 지배력 강화 효과는 제한적이고, 매각은 현금 확보에 유리하지만 오버행 부담을 남긴다. 배당을 유지하며 주주친화 이미지를 관리하는 한편, 자사주 14%를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향후 기업가치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하이비젼시스템 관계자는 "단순히 배당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소액이라도 실시하자는 결론이 난 것으로 안다"며 "자사주 처리 방안의 경우 현재 정해진 건 없고, 중요한 사항이다 보니 말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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