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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EV3, '캐즘' 격파할 대중 전기차
이세정 기자
2024.07.29 06:30:22
소형차급 뛰어넘는 신기술, 주행 이질감 등 단점 보완…전비·가격 다 잡아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6일 08시 0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아 EV3. (제공=기아)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기아의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 'EV3'는 공식 데뷔 전부터 시장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기아가 이례적으로 전사 차원의 마케팅 역량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아는 ▲티저 이미지 공개 ▲얼리 체크인 이벤트 ▲글로벌 미디어 콘퍼런스 ▲월드 프리미어 공개 ▲부산모빌리티쇼 전시 ▲테크 데이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전기차 시장이 대중화를 앞두고 수요가 침체되는 '캐즘' 현상에 빠진 만큼 신차 판매 '붐업'을 위한 피나는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직접 EV3를 시승해 본 결과, 기아의 이 같은 행보가 단순히 판매 확대 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EV3는 전기차 특유의 불편한 주행감을 대폭 개선했을 뿐 아니라 소형급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한 신기술과 편의사양이 장착됐다. 여기에 더해 진입장벽을 높이던 가격도 3000만원대로 낮추며 경쟁력을 확보했다. 신차에 대한 자신감이 큰 만큼 조금이라도 더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이다.


◆세 번째 전용 전기차…호불호 없을 디자인 눈길


지난 24일 서울을 출발해 강원도 춘천을 거쳐 속초에 이르는 편도 약 200km 구간에서 EV3를 주행했다. 시승 차량은 EV3 롱레인지 GT라인이었다. 기아가 EV6와 EV9에 이어 세 번째로 선보인 전용 전기차 EV3는 니로 EV나 쏘울 EV처럼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갖추지 않고 오로지 전기차만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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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EV3. (사진=딜사이트)

처음으로 마주한 실물에서는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별히 독창적인 곳도, 특별히 못난 곳도 없는 외관은 대중적인 디자인이 엿보였다. 전기차인 만큼 하이테크한 감성이 잘 부여된 EV의 전면부는 후드와 범퍼가 매끄럽게 처리됐음에도 볼륨감을 강조해 다부진 이미지를 구현했다. 중심부는 기아 고유의 '호랑이코' 디자인을 전기차에 맞춰 재해석한 '타이거페이스'와 EV시리즈의 패밀리룩인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이 눈길을 끈다.


다만 GT라인인 만큼 프론트 범퍼와 리어 범퍼에 날개를 형상화한 대형 블랙 클래딩 파트가 부착됐다. 특히 후면부위 삼각 윙 형상은 스포티하면서도 날렵함을 강조한다. 아울러 GT라인은 전용 19인치 전면가공 휠이 장착됐다.


기아 EV3. (사진=딜사이트)

'수평과 수직의 조화'라는 디자인 언어에 맞춘 실내 인테리어 역시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다. 클러스터와 공조,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하나로 통합한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는 생각보다 조작이 간편할 뿐 아니라 높은 직관성을 제공한다. 특히 크래시패드와 1열 도어 트림에 적용된 앰비언트 라이트는 눈으로 느끼는 감성을 충족시켜줄 뿐 아니라 차량 탑승과 하차, 시동 상태 등을 시각화해 전달해 준다.


2열 공간은 기대보다 넉넉한 공간성을 갖췄다. 성인이 앉더라도 무릎 공간의 불편함이 없었고, 트렁크 개구폭을 넓여 큰 짐도 수월하게 적재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강화했다.


◆아이페달·스마트 회생제동 신기술 탑재…단점 최소화, 전비 경쟁력↑


EV3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와 4세대 배터리를 장착해 최고출력 150kW, 최대토크 283Nm를 발휘한다. 복합 전비는 19인치 휠 GT라인 기준 롱레인지 5.1km/kWh다. 본격적인 시승을 시작하기 전 EV3의 충전량은 96%였고, 주행가능거리는 399km였다.


기아 EV3. (제공=기아)

첫 주행 코스는 17km의 도심 구간과 47km의 고속도로 구간, 26km의 와인딩 구간으로 적절하게 구성됐다. 평일 낮 시간대였음에도 서울을 빠져나가는 구간은 예상보다 많이 혼잡했다. EV3에는 현대차그룹의 회생제동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i-페달 3.0'(아이페달)이 적용됐는데, 가속 페달 조작만으로 가속과 감속, 정차가 가능한 기술이다. 스티어링 휠 왼쪽 패들 시프트를 1초 이상 잡아당겨 아이페달 기능을 활성화했다. 0~3단계 중 운전자가 원하는 강도에 맞춰 회생제동 정도를 설정할 수 있다. 통상 회생제동은 가속 시 뒤로 쏠리거나, 감속 시 앞으로 밀리는 느낌이 강하지만, 아이페달은 부드럽게 가·감속이 이뤄졌다. 전기차의 고질적인 단점으로 꼽히는 회생제동 이질감이 대폭 개선된 것이다. 특히 페달링 몇 번 만에 금새 익숙해질 수 있었다.


본격적인 고속 구간에 진입하면서 스마트 회생제동 3.0(스마트 회생제동)을 켰다. 현대차그룹이 양산하는 차량 중 최초로 도입된 스마트 회생제동은 운전자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센서로 감지한 앞차와의 거리, 내비게이션 정보 등을 활용해 알아서 가·감속하는 기능이다. 해당 기능은 오른쪽 패들 시프트로 활성화하는데, 과속 카메라가 많은 구간에서 알아서 속도를 조절해줬다. 다만 스마트 크루즈와는 개입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긴박한 상황에서는 운전자가 직접 페달을 조작해야 한다.


와인딩 구간에서는 모든 기능을 비활성화해 주행했다. 단단하게 무게중심이 잡혀있는 덕분에 굽이치는 코너 구간에서도 밀림 없이 뛰어난 접지력을 발휘했다.


EV3에 탑재된 '스마트 회생 시스템 3.0'. (사진=딜사이트)

기아가 전기차 최초로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기아 AI 어시스턴트'는 주행 중 무료함을 달래주는 중요한 말동무가 됐다. 이 기술은 기존 음성인식 대비 ▲여행 ▲차량 이용 ▲지식 검색 등을 추가로 지원해 간결하고 직관적인 방법으로 차량과 고객의 양방향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점이 강점이다. 운전자는 차량 유지보수와 매뉴얼 등과 관련된 대답도 들을 수 있다.


두 번째 주행 코스는 94km의 고속도로와 18km의 일반도로로, 고속도로 주행보조(HDA2) 기능을 체험해 봤다.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설정 속도를 잘 지켜줬고, 차로를 정교하게 인지해 차로 중앙을 지키면서 주행했다. 특히 차로 변경을 위해 방향 지시등을 켜니 스스로 앞차와 뒤차 간격을 인식해 차선을 변경했으며, 동급 최초로 스티어링 휠 감지 기능이 적용되기도 했다.


◆전동화 시대 선도 최적합…가경경쟁력은 덤


시승을 마치고 확인한 전비는 6.3km/kWh로 공인 전비보다 월등히 높았다. 배터리 잔량은 59%였으며, 주행가능거리는 274km나 남았다. 눈길을 끄는 점은 매우 습한 날씨였던 만큼 시승 내내 에어컨을 가동한 데다 전비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주행했다는 점이다. 다른 시승차의 경우 8km/kWh에 육박하는 전비가 나오기도 했다.


기아 EV3는 전기차 시대 리딩이라는 목표에 잘 부합하도록 만들어진 차다. 운전의 즐거움을 극대화할 뿐 아니라 전비 경쟁력을 확보해 유지비 부담을 최소화했다. 아울러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는 롱레인지 모델 501km(GT라인 478km)이며, 350kW급 충전기로 급속 충전 시 배터리 충전량 10%에서 80%까지 롱레인지 모델 31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기아 EV3. (사진=딜사이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합리적인 가격 책정이다. EV3의 판매 가격은 전기차 세제혜택 적용 전 기준 스탠다드 모델 ▲에어 4208만원 ▲어스 4571만원 ▲GT 라인 4666만원, 롱레인지 모델 ▲에어 4650만원 ▲어스 5013만원 ▲GT 라인 5108만원이다. 세제 혜택이 적용되면 3000만원 후반대부터 구매가 가능하다.


기아 EV3의 압도적인 경쟁력은 사전계약 대수로 증명되고 있다. 지난달 4일 사전계약을 시작한 이래 한 달이 채 되기도 전에 예약고 1만대를 돌파했다. 통상 사전계약은 시간이 흐를수록 계약률이 떨어지지만, EV3는 초반 분위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동열 기아 국내마케팅실장 상무는 "적당한 가격에 뛰어난 상품성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전기차 생태계를 책임지는 것이 자동차 메이커의 역할"이라며 "전동화 시대를 가속화할 EV3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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