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업계가 고물가·고금리 여파에 짓눌려 침체기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 건설사들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채무 현실화 우려까지 부각되며, 위기감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실제로 일부 대기업 계열 건설사는 자금지원 및 보유자산 매각을 통해 리스크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PF 리스크를 계열사 지원사격을 통해 해결한 셈이다. 하지만 중견건설사의 경우 외부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탓에 위기상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건설사들이 시행사의 PF 채무를 인수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분위기에서 중견건설사들의 위기대응 여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대방건설이 분양물량 완급 조절에 나서는 모양새다. 고물가에 따른 건설원가 상승에 더해 높아진 금리로 금융비용 부담까지 가중되며 미분양 우려가 높아진 탓에 리스크 관리에 나선 분석된다.
분양 물량이 줄어들면 당장 유입되는 분양대금도 줄어들고, 이는 유동성 저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대방건설은 견조한 재무건전성 및 충분한 현금 유동성을 쌓아둔 덕분에 분양 완급조절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 지난해 분양 물량 3500가구 그쳐…미분양 피하기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방건설의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은 857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1조1844억원)에 비해 27.6% 감소한 것이다. 지난 2019년 1조원 고지를 돌파한 뒤 4년째 이어진 1조원대 매출 행진은 막을 내리게 됐다.

대방건설의 매출은 ▲공사수익 ▲분양수익 ▲임대수익 등으로 나뉜다. 지난해 대방건설은 공사수익 8507억원, 분양수익 48억원, 임대수익 15억원을 올렸다.
2022년 3306억원에 이르렀던 분양수익이 무려 98.6% 급감한 점이 눈에 띈다. 같은 기간 8531억원이었던 공사수익은 0.3% 줄었고 임대수익은 112% 증가한 반면 분양수익은 3258억원이 증발한 것이다.
대방건설의 최근 5년 분양수익은 ▲2019년 2290억원 ▲2020년 5133억원 ▲2021년 5780억원 ▲2022년 3306억원 ▲2023년 48억원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평균 분양수익은 3315억원인데, 지난해 연간 분양수익은 5년 평균치 대비 1.4%에 그쳤다.
분양수익이 대폭 줄면서 전체 매출도 감소했다. 이에 대방건설의 영업이익은 2022년 1734억원에서 2023년 851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2724억원이었던 순이익은 87억원 순손실로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대방건설의 분양수익이 대폭 줄어든 원인으로는 2020년부터 시작된 분양물량 감소가 꼽힌다. 2019년 6600가구에 이르렀던 대방건설 분양물량은 2020년 2700가구로 줄었다. 2021년에는 1900가구로 추락했으며, 2022년 3100가구, 2023년 3500가구 수준이었다.
국내 공동주택 사업의 경우 선분양 이후 공사기간동안 공정률에 따라 수익을 인식한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시공기간이 보통 3년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2019년에 분양한 사업장에서는 2022년까지 수익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분양 물량의 감소는 재무제표의 분양원가 계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해 대방건설의 분양원가는 33억원에 그쳤다. 2021년에 4141억원에 이르렀던 분양원가가 2년여 만에 0.8%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분양수익은 예정분양수익을 기준으로 분양률과 공사 진행률 등을 고려해 산정한다"며 "분양을 진행하지 않으면 수익도 발생하지 않는데, 수익과 비용을 대응시키는 회계원칙에 따라 매출원가도 인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분양물량 감소에 따른 영업이익 급감 및 순손실에도 불구하고 대방건설이 분양물량을 조율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탄탄한 재무건전성이 꼽힌다. 분양물량을 줄이게 되면 분양대금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유동성 저하 및 운전자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대방건설의 경우 두둑한 현금유동성을 확보해둔 덕분에 분양대금 감소를 감당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 유동성 여력 '든든'…계열사 곳간 역할 도맡아
대방건설은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 마이너스(-) 순차입금 흐름을 보였다. 순차입금은 전체 차입금에서 예금 등 금융자산과 현금을 차감한 금액을 말한다. 순차입금 규모가 마이너스(-)를 나타내면, 기업이 차입금을 모두 현금으로 상환해도 여유 현금이 남는다는 뜻이다.
대방건설의 순차입금은 2021년에는 -465억원, 2022년에는 -306억원이었다. 대방건설이 현금으로 차입금을 전액 상환해도 각각 465억원(2021년), 306억원(2022년)의 여유 현금이 남는 상황이었다. 사실상 무차입 경영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현금 유동성이 풍부했던 셈이다.
지난해 말 대방건설의 순차입금은 1261억원으로 집계됐다. 마이너스(-) 순차입금 흐름이 끊어지며 재무지표가 소폭 뒷걸음질 했다고 볼 수 있지만, 전체 자본 대비 순차입금의 비율을 나타내는 순차입금비율은 7.1%에 그친다. 순차입금비율이 20% 이하일 때를 적정 수준으로 평가한다.
순차입금 비율 외에도 유동비율, 현금비율 등 지표를 살펴보면 대방건설은 적정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기준 대방건설의 유동비율은 331.9%, 현금비율은 29.7%로 집계됐다. 2022년에 유동비율과 현금비율이 각각 538.5%, 49.1%에 이르렀던 과 비교하면 유동성 지표가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우수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유동비율은 유동부채 대비 유동자산의 비율을 나타낸다. 200% 이상이면 건전한 수준으로 평가하는데, 대방건설의 경우 지난해 다소 하락한 수치도 300%를 웃돌고 있다. 현금비율은 유동부채 대비 기업이 보유한 현금 및 예금 등 현금성 자산의 비율이다. 기업의 유동성을 평가하는 지표 가운데 가장 보수적 지표로 꼽힌다. 20%를 적정 기준으로 보는데, 대방건설의 현금비율은 30%에 육박한다.
대방건설의 풍부한 유동성 여력은 계열사 지원여부에서도 잘 드러난다. 곳간을 두둑하게 채워둔 덕분에 대방건설은 시행·토목사업 계열사의 지원주체 역할을 하고 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대방건설이 주요 계열사에 대여한 금액은 총 4조7479억원에 달한다. 연평균 1조1870억원을 계열사에 운영자금 등 명목으로 빌려줬다.
대방건설은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계열사 대여금에 당좌대출 이자율인 4.6%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2021년 상반기 0.50%였던 기준금리가 지난해 초 3.50%로 치솟은 뒤 제자리걸음하고 있는데, 특수관계인 사이 자금거래는 당좌대출 이자율이나 가중평균차입이자율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덕분이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을 고려하면, 대방건설 계열사들은 특수관계인인 대방건설을 통해 시중금리 대비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셈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행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의 운영자금 혹은 사업용지 취득을 위해 자금 대여가 이뤄지는 것"이라며 "외부 차입 대비 조달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어 대방건설이 직접 계열사에 대여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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