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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기 회장'된 조현범…3차 형제의난 '싹' 자른다
이세정 기자
2026.02.23 10:00:18
우호 지분율 47.2%+알파, 지배력 견고…보수 반환 등 소송 리스크 원천 봉쇄
이 기사는 2026년 02월 23일 08시 5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제공=한국앤컴퍼니그룹)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이 지주사 등기임원에서 자진 사임했다. 조 회장은 앞으로 미등기 회장으로 한국앤컴퍼니 이사회의 독립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지원할 방침이다.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오너일가의 소모적인 갈등이 그룹 전체의 경영 부담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조치다.


◆ 조 회장, 이사회 독립성 확보에 총력…2020년부터 형 조현식과 갈등


23일 재계 등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 20일 일신상의 이유로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이에 한국앤컴퍼니는 조현범·박종호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박종호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됐다. 조 회장은 지주사 등기임원 직을 내려놓으면서 비상장 계열사인 한국프리시전웍스 기타비상무이사로만 이름을 올리게 됐다. 그는 현재 핵심 계열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에서도 미등기 회장만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의 사임 배경으로 가족 간 갈등을 꼽고 있다.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다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뗀 형 조현식 전 한국앤컴퍼니 고문이 또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최근 가족 간 문제가 이사회 운영 문제로 비화되면서 이사회의 독립성과 순수성이 훼손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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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앤컴퍼니그룹 오너가의 갈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은 슬하에 2남2녀를 두고 있으며, 장남 조 전 고문과 차남 조 회장이 공평하게 경영 수업을 받도록 해 왔다. 힘의 균형을 유지하던 두 형제의 갈등이 공식화된 것은 2020년 조 명예회장이 조 회장에게 한국앤컴퍼니 보유 주식 전량(23.6%)을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팔면서다.


조 전 고문과 장녀인 조희경 나눔재단 이사장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조 이사장은 조 명예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기도 했지만, 재판부가 이를 기각하면서 사실상 조 회장의 블록딜 매수가 정당한 절차를 거친 것으로 판단됐다. 이후 조 전 고문이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1차 형제의난'은 마무리됐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3년이 흐른 2023년 또 다시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조 전 고문이 차녀인 조희원 씨와 함께 MBK파트너스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벤튜라와 공개매수를 위한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조 이사장도 장남 측에 합류하며 조 회장과 나머지 남매들 간 갈등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조 전 고문이 MBK파트너스와 계획한 공개매수는 실패로 끝났다. 여기에 더해 한국앤컴퍼니그룹 뿌리인 효성그룹과 hy(한국야쿠르트) 등이 조 회장 우호세력으로 전격 등장하면서 '2차 형제의난'은 조 회장 승리로 마무리됐다.


◆ 조현식 전 고문, 소액주주와 연대…쉽지 않은 지분 우위 확보


문제는 조 전 고문이 약 2년여 만에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점이다. 예컨대 조 전 고문은 지난해 조 회장의 보수를 문제 삼으며 회사를 상대로 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한국앤컴퍼니가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한도를 전년과 동일한 70억원으로 정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는데, 조 전 고문은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상법 규정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조 전 고문의 손을 들어줬으며, 조 회장은 지난해 보수를 전액 반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나아가 한국앤컴퍼니 소액주주연대는 조 회장이 구속 중 거액의 보수를 수령했다며 50억원을 회사가 배상해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주주연대에는 조 전 고문도 참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앤컴퍼니그룹 본사 테크노플렉스.(제공=한국앤컴퍼니)

표면적으로 조 회장이 견고한 지배력을 행사 중인 만큼 경영권 위협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조 회장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율은 42%이며, 부친인 조 명예회장과 효성그룹 계열사 등 특수관계자 지분을 모두 더하면 47.2%다. 반면 조 전 고문(18.9%) 측 우호 지분율은 30.4%로, 조 회장 측보다 약 16.8%포인트(p) 낮다. 조 전 고문이 조 회장과의 지분격차를 완전히 좁히기 위해서는 20일 종가(3만4650원) 기준 약 5549억원 상당의 현금이 필요하다.


조 전 고문이 소액주주와 연대하더라도 판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해 3분기 말 소액주주 지분율은 19.1%다. 하지만 여기에는 조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 대비해 섭외한 백기사 지분율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재계 안팎에서는 조 회장의 이번 결단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오너일가 중심의 경영 체제에서는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더라도 지배력 약화 우려 등의 이유로 사내이사직은 유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앤컴퍼니그룹 관계자는 "조 회장은 절차적 논란으로 회사 전체가 소모전에 빠지는 상황을 방지하고, 경영진과 이사회가 본연의 의사결정과 사업 실행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임을 결정했다"며 "하지만 회사의 지속 성장과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민과 역할은 변함없이 이어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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