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업계가 고물가·고금리 여파에 짓눌려 침체기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 건설사들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채무 현실화 우려까지 부각되며, 위기감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실제로 일부 대기업 계열 건설사는 자금지원 및 보유자산 매각을 통해 리스크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PF 리스크를 계열사 지원사격을 통해 해결한 셈이다. 하지만 중견건설사의 경우 외부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탓에 위기상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건설사들이 시행사의 PF 채무를 인수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분위기에서 중견건설사들의 위기대응 여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동아건설산업이 오너가 보유한 지분을 자기주식으로 매입하면서 대규모 현금 유출을 겪게 됐다. 보유 현금성 자산의 90%가량이 외부로 유출되는 탓에 동아건설산업의 유동성 가뭄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동성 여력 저하에 따라 운전자금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지며 재무건전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동아건설산업 보유 지분을 매각한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수백억원의 현금을 쥐게 되면서 '오너 배불리기'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 현금성 자산 88% 유출…오너 배불리기 논란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동아건설산업은 지난 6월28일 우오현 회장이 보유한 지분 가운데 51만1990주를 자기주식으로 취득했다.
우 회장은 동아건설산업 지분 77만710주(19.21%)를 들고 있었는데, 이 가운데 66%가량의 지분을 동아건설산업에 넘겼다. 1주당 9만5262원에 처분하면서 우 회장은 현금 488억원을 쥐게 됐다.

동아건설산업의 최대주주는 SM그룹 계열사인 삼라마이다스로, 지분 56.64%를 들고 있다. 삼라마이다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74.01%를 보유한 우 회장이다. 우 회장은 동아건설산업의 개인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우 회장이 보유 지분의 66%인 51만1990주를 동아건설산업에 넘겼지만, 삼라마이다스를 통해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지난해 말 동아건설산업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의 규모는 연결기준으로 555억원이었다. 별도기준으로는 216억원에 불과하다. 자사주 매입에 연결기준 보유 현금성자산의 88%를 쏟아 부은 셈이다.
동아건설산업은 현금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음에도 보유 현금성 자산의 90%에 육박하는 자금을 투입해 자기주식을 매입했다.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우 회장 보유 지분을 사들이면서 대규모 현금성 자산이 유출된 탓에 동아건설산업의 유동성 가뭄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아건설산업의 연결기준 현금비율은 2021년 22.4%에 이르렀지만 ▲2022년 14.8% ▲2023년 13.3%로 하락세를 보였다. 이번 자기주식 매입에 보유 현금의 대부분이 투입된 탓에, 추가 현금 확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현금비율이 한 자릿수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금비율은 유동부채 대비 기업이 보유한 현금 및 예금 등 현금성 자산의 비율이다. 기업의 유동성을 평가하는 지표 가운데 가장 보수적 기준을 지표에 해당한다. 20%를 적정 기준으로 보는데, 동아건설산업은 2021년을 끝으로 20% 고지를 넘지 못하고 있다.
동아건설산업의 유동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6154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6325억원에서 1년 만에 171억원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유동부채는 2022년 3692억원에서 2023년 4187억원으로 늘었다. 유동부채 대비 유동자산의 비율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은 지난해 말 147.9%로 1년 전(171.3%)보다 24.3%포인트(p) 낮아졌다.
유동비율은 잔여 만기 1년 미만의 부채(유동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기업이 동원할 수 있는 유동성 여력을 보여준다. 200% 이상의 유동성 비율을 지녔을 때 기업의 단기 재무건전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한다.

◆ 유동성 확보 위해 차입금 늘려…재무건전성 빨간불
지난해 말 기준으로 동아건설산업이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성 차입금 규모는 1675억원에 이른다. 보유 현금성 자산을 모두 동원해도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의 약 33%만 갚을 수 있는 상황이다.
외부 차입을 통한 유동성 제고가 필요한 상황으로 볼 수 있는데, 실제로 동아건설산업은 계열사인 SM상선에서 자금을 차입해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6월에만 2차례 각각 474억원, 150억원씩 총 624억원을 융통했다.
지난해 말 동아건설산업의 순차입금 규모는 1857억원이었다. 추가 차입을 일으킨 데다 유동성 여유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순차입금 규모는 지난해보다 더 커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같은 기간 동아건설산업의 자기자본대비 순차입금의 비율 42.3%였다. 순차입금 비율은 기업의 재무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20% 이하를 안정적 수준으로 평가한다. 순차입금 비율은 이미 적정수준을 넘어섰다.
여기에 동아건설산업의 이익창출력이 약화하면서 유동성 지표 및 재무건전성 하락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동아건설산업의 매출은 6567억원이었다. 1년 전 4630억원 대비 41.8%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원가는 3965억원에서 5783억원으로 45.9% 증가했다. 건자재 값 및 인건비 등이 급격히 오른 영향이다.
지난 2022년 85.6%였던 매출원가율은 지난해 88.1%까지 높아졌다. 매출 대비 매출원가가 늘면서 매출총이익률은 14.4%에서 11.9%로 낮아졌다.
동아건설산업의 미래 수익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수주잔고가 줄어든 점에도 눈길이 간다. 수주잔고 감소 역시 이익창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동아건설산업의 도급공사계약 잔액은 2020년 말 기준 1조6975억원까지 치솟았지만, 지난해 말에는 9800억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연속 1조원을 웃돌았던 도급공사계약 잔액은 2022년, 2023년 2년 연속 9000억원대에 머물러 있다. 동아건설산업의 지난해 매출이 6567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년 치 먹거리도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동아건설산업은 "이번 자기주식 매입은 경영상 목적에 따라 정해진 것으로 일시 보유 이후 재매각 등으로 처분할 예정"이라며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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