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국일제지가 SM그룹사로 편입되며 건실한 재무구조를 구축했지만,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본업인 제지업의 만성 불황으로 적자가 쌓이면서 자본을 다시 까먹기 시작해서다. 이에 국일제지가 신사업 확보를 위해 진출한 그래핀 사업의 조기 안착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새 주인 삼라마이다스, 1005억원 자본 확충…사실상 무차입경영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일제지는 올 1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12.5%로, 지난해 말 63.2%보다 50.7% 하락했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수준으로 나타났는데,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일제지가 이처럼 탄탄한 재무상태를 만들 수 있던 주된 배경에는 SM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라마디아스로의 피인수를 꼽을 수 있다. 1000억원이 넘는 자본 확충이 이뤄지면서 부채 부담을 대폭 축소했기 때문이다.
1978년 지류 제조사로 설립된 국일제지는 산업용 기능지와 특수지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주요 제품으로는 담배 필터용 박엽지와 스테인리스 마모방지용 강판강지(특수지), 시멘트나 쌀 등을 담는 중포장크라프트지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국일제지는 심각한 경영난에 휘말리며 2023년 3월 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제지산업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았던 데다 창업주 일가의 무리한 신사업 투자로 부채가 급격히 늘어난 결과였다. 당시 업계는 국일제지가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핵심 사업 경쟁력을 상실한 만큼 계속기업가치(존속가치)가 높지 않았을 뿐더러 보유 자산을 청산한다면 채권 변제가 수월할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일제지는 채권단 동의 아래 M&A를 전제로 한 회생절차에 착수했고, 삼라마이다스가 최종 주인으로 선정됐다. 삼라마이다스는 국일제지가 올해 1월 실시한 1005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 89.14%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다만 신주 청약 대금이 재무제표에 실 계상된 시점은 지난해 말로, 이 시기 국일제지의 순차입금은 -444억원으로 인식됐다.
국일제지는 해당 자금을 활용해 가장 먼저 차입금을 상환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871억원에 달했던 부채총계는 올 1분기 말 169억원으로 80.6%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유동 차입금 344억원과 사채 230억원을 전액 상환했으며, 매입채무 및 기타유동채무는 역시 72.3% 줄어든 47억원이 됐다.
◆제지업 불황, 순손실 지속…사업 정리 가능성, 신사업 성과 필수
국일제지의 재무건전성 강화가 꾸준히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제지업 불황이 장기화 수순에 돌입하면서 적자 누적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한국제지연합회에 따르면 국일제지의 최근 3년간 크라프트지(무코팅·무표백 종이) 생산량은 ▲2021년 4만3000톤 ▲2022년 3만4000톤 ▲2023년 2만1000톤으로 연평균 30%씩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수입에 의존하는 펄프 가격이 지속 인상 중인 데다 글로벌 해상 운임의 가파른 상승 등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도 악재다.
국일제지의 주력 제품 판매 감소는 곧바로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예컨대 국일제지는 올 1분기 말 연결기준 매출 173억원과 영업적자 27억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9.4% 감소했으며, 적자 규모는 2억원 가량 커졌다. 아울러 매출원가가 매출을 웃도는 183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약 10억원 축소된 25억원을 기록했는데, 대규모 부채 상환으로 이자 등 금융비용 부담이 줄어든 영향이 주효했다. 하지만 이익을 내지 못한 터라 자본금을 까먹었다. 실제로 국일제지 자본총계는 1377억원에서 1353억원으로 약 24억원 빠졌다.
국일제지가 사업 구조를 손 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매출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업계는 국일제지가 성장성이 제한된 크라프트지 공장을 정리할 것으로 예상한다. 해당 공장이 충남 아산에 위치해 있는데 아파트 단지와 인접해 있고, SM그룹이 건설업을 영위 중인 만큼 부동산 사업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담배 필터를 생산하는 경기 용인 공장의 경우 사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했을 뿐 아니라 부지 자체의 개발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일제지가 재무 통제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그래핀 사업을 통한 사업 다각화가 시급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국일제지는 2018년 100% 자회사인 국일그래핀을 설립했다. 그래핀은 벌집 모양의 육각형으로 배열된 단일 원자 두께(약 0.35nm)의 탄소 시트인데, 반도체와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다만 국일그래핀이 올해 출범 7년차에 접어들었음에도 누적 매출이 0원일 만큼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는 영업적자 10억원과 순손실 13억원을 내는데 그쳤는데, 비용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제지업이 사양산업으로 분류되는 만큼 수익구조 다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국일그래핀이 당초 2023년을 매출 원년으로 제시한 것이 무색하게 유의미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SM그룹 측에 국일제지 실적 부진 타개 방안과 재무건전성 방어 전략 등에 대해 질의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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