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차장]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계속되는 영구채 주식전환 청구권 행사를 보면 정말 민영화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민영화를 하든, 정부 소유로 하든 확실하게 방향을 정해야 한다."
최근 국내 최대 국적선사 HMM의 채권자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30년 만기(영구채) 채권에 대한 주식전환 청구권을 행사하기로 하자 해운업계에 수 십 년간 몸담아온 관계자가 "(정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한 말이다.
산은과 해진공은 지난해 10월에 이어 올해 5월 1000억원 규모로 발행한 30년 만기(영구채) 채권을 주식 2000만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산은과 해진공이 주식전환 청구권을 행사함에 따라 보유 주식수는 기존 3억9979만156주에서 4억1879만156주로 증가한다. 이에 따른 보유 지분율은 57.9%에서 59.1%로 오른다.
작년 10월 4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8000만주의 주식으로 전환한 것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산은과 해진공의 영구채 주식전환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업계도 산은과 해진공이 내년 5월까지 순차적으로 도래할 영구채를 계속해서 주식전환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산은과 해진공이 모든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보유 HMM 지분율은 72%(7억3480만주)까지 늘어난다.
그렇지 않아도 비싼 HMM의 몸값이 더 높아진다는 말이다. 국내에서 수조원이 훌쩍 넘어가는 몸값의 해운사를 인수할 만한 곳은 많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영구채의 주식전환이 이뤄지면 질수록 HMM의 '민영화' 가능성은 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산은과 해진공이 모든 영구채를 주식전환 했을 때 HMM의 몸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외하더라도 12조원이 넘는다.
업계에서 산은과 해진공이 사실상 민영화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같은 상황을 산은과 해진공도 모를리 없다. 그럼에도 주식전환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배임' 이슈 때문이다.
산은과 해진공이 HMM의 중도상환 요청을 받아들였을 경우 얻을 수 있는 금액(전환 주식수*전환가액 5000원)은 1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주식전환 청구권 행사 시 얻을 수 있는 금액은 24일 종가 1만6780원 기준으로 단순 계산시 3356억원에 달한다.
아무리 산은과 해진공에게 HMM의 민영화 추진 의지가 있다고 한들 힘없는 공공기관이 배임이라는 리스크를 짊어지면서까지 추진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채권자는 배임을 피하기 위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고, 이는 비싼 몸값으로 이어져 매각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해운업은 업황 불황에도 과감한 투자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선대 확장으로 경쟁력을 키워 후일을 도모해야 하는 산업이다. 적자를 감수하며 경쟁력 강화를 이루려면 튼튼한 민간 기업이 경영을 맡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원래 계획대로 성공적인 '민영화'를 추진하려면 이 같은 악순환을 누군가 나서 끊어줘야 한다. 이제는 힘없는 공공기관이 아닌 총대를 멜 책임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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