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설동협 기자] 성우하이텍의 현금 동원력이 좀처럼 나아지질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들어 수익성이 쪼그라들면서 유동비율이 100%를 하회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성우하이텍의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 유동비율은 89%다. 직전 연도(2021) 말 대비 3% 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은 기업의 상환능력 또는 현금동원력을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통상적으로 200%를 상회해야 현금 동원력이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성우하이텍의 유동비율은 당초 지난 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100%대를 유지해 왔으나, 이듬해 90%대로 쪼그라든 뒤 현재까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유동비율이 주춤한 배경엔 성우하이텍의 수익 부진이 크게 한몫한다. 성우하이텍은 지난 2016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1401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7년부턴 줄곧 1000억원을 하회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연간 기준으로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어서진 못할 것으로 점쳐진다.

성우하이텍은 지난 2014년까지만 하더라도 6~7%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견조한 수익성을 보여온 업체다. 하지만 최근엔 2%대에 머물고 있다. 제품 생산에 투입되는 비용(매출원가)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2016년 이후로 매출원가율은 90%대를 상회하고 있다. 

문제는 수익 부진에 따라 현금이 줄면서 투자비 재원을 차입금으로 조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현금 창출력을 기초로 한 채무상환력 지표인 '총차입/에비타(EBITDA)'의 경우, 지난 2019년 4.2배가량에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론 6.4배까지 늘어났다. 성우하이텍이 벌어 들이는 현금으로 차입금을 갚기 위해선 한 푼도 안 쓰고 고스란히 갚을 경우 약 6.4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지난해 3분기 말 성우하이텍의 순차입금(총차입-현금자산)은 1조3000억원 규모다. 순차입금의존도는 직전연도 말(30.21%) 대비 2.45% 포인트 늘어났다. 

수치적으로 보면 성우하이텍의 재무건전성이 불안한 수준은 아니다. 다만 성우하이텍은 신사업(전기차 부품) 확대 및 해외 공장 등에 지속적으로 시설투자비를 늘려가야 하는 처지다. 향후 배터리 케이스 및 BSA(배터리 케이스 어셈블리)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할 경우 결국 외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한 셈이다.

이를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론 성우하이텍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공산이 높다는 게 업계 평가다. 

시장 한 관계자는 "2018년 유상증자 통해 차입금 일부 상환했지만,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되진 못했고, 총 차입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반면 현금자산은 감소하고 있어 재무안전성이 하락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저조한 수익성, 차입 급증, 현금 감소 등의 상황을 고려하면 큰 폭의 차입 감축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