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성우하이텍 창업주인 이명근 회장 일가가 확고한 지배력을 앞세워 개인 회사를 성장시켜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장이 '오너가→성우홀딩스→성우하이텍→나머지 계열사'로 이어지는 수직적 지배구조를 구축한 터라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활발했을 뿐 아니라 오너가를 감시할 수 있는 장치도 사실상 전무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연매출 4000억원을 넘보는 성우하이텍은 자동차 차체용 부품 제조사로 1995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 회사는 오너일가 및 특수관계자 지분율이 44.9%에 달할 만큼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 중이다. 최대주주는 지주사 성우홀딩스(32.7%)며 ▲이명근 회장 5.8% ▲이 회장 장녀인 이보람 씨 3.3% ▲이 회장 부인 민미라 씨 1.9% ▲성우희망재단 1.1% ▲이보람 씨 남편인 조성현 성우하이텍 사장 0.0%(271주) 순으로 주식을 들고 있다.

성우홀딩스는 이명근 회장이 지분 83.6%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 회장 차녀 이아람 씨의 개인회사 리앤한이 나머지(16.4%)를 들고 있다. 지주사 대표이사는 조성현 사장이, 사내이사로는 이 회장과 장녀 이보람 씨가 각각 등재돼 있다. 바꿔 말하면 장녀 부부는 실질적인 경영에 참여 중인 반면, 차녀는 대주주 지위만 가지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선 이명근 회장이 올해 만 79세가 넘는 고령임에도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분석 중이다. 예컨대 성우하이텍 이사회는 총 7명으로 운영 중인데, 사외이사가 과반수에 미달하는 만큼 견제와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단 게 공통된 시각이다. 아울러 사내이사 전원이 이 회장 최측근으로 분류된단 점도 있다. 이 회사 사내이사는 이 회장을 비롯해 이문용 대표이사 사장, 강봉실 재경관리부문 부사장, 조성현 사장 총 4명이다. 강 부사장은 이 회장 두 딸의 개인회사 감사를 겸직 중이며, 조 사장은 이 회장의 사위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명근 회장 일가가 성우하이텍을 활용해 개인 비상장사의 몸집을 불려왔단 점이다. 이 회사는 자산총계가 5조원 미만인 탓에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망을 쉽게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시장은 파악 중이다.

2001년 설립된 리앤한은 수입의류 및 잡화의 도소매업과 자동차부품 제조업이라는 다소 상반된 사업을 영위 중이다. 이 회사는 의류 브랜드 'EXR'(이엑스알)로 한때 이름을 알렸으나, 패션업 부진으로 적자에 빠졌다. 이에 성우하이텍과 아이존 등 계열사의 소부품을 제조하는 사업을 키웠다. 그 결과 작년 말 연결기준 이 회사는 19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53.9%에 해당하는 1024억원을 내부거래로 올렸다.

장녀가 최대주주(76%)인 아이존은 성우홀딩스 그룹사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부품 제조·판매와 수출입업의 아이존은 지난해 매출 대비 내부거래율이 93.7%에 달했다. 이 회사는 성우하이텍의 해외 계열사 지분을 확보한 뒤 거래 물량을 늘리는 식으로 몸집을 키웠는데, 성우하이텍이 생산한 부품을 아이존의 해외 계열사가 납품받아 판매한단 점에서 일종의 통행세를 거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었다.

다만 시장에선 이명근 회장 일가가 더 이상 내부거래로 개인 자산을 불리기는 쉽잖을 것이란 시각을 견지 중이다. 공정위가 최근 중견기업집단의 내부거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혀서다. 실제 공정위는 최근 오뚜기와 광동제약, 영원무역 등의 기업을 부당 내부거래 혐의로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