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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퇴직'을 희망한다?
딜사이트 이성희 차장
2023.01.03 08:00:24
은행권 희망퇴직···연례행사로 굳어지나
이 기사는 2023년 01월 02일 08시 4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성희 차장] '언어의 온도'는 유명한 베스트셀러 제목이다. 책의 한 줄 소개엔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고 적혀 있다.


단어도 마찬가지다. 많은 단어들이 상황에 따른 사용처가 있어서 크게는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또는 냉(冷) 한지 온(溫) 한지, 고정된 관념을 안겨준다.


'희망퇴직'이란 단어는 어떤가?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희망'은 '어떤 일을 이루거나 하기를 바람' 또는 '앞으로 잘될 수 있는 가능성'의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단히 긍정적인 이미지의 단어이지만 '퇴직'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니 전혀 반대의 이미지로 전환된다. 


'퇴직'이라는 단어가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다. '희망퇴직'이 사용되는 우리네 직장 환경이 단어의 이미지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 통상 희망퇴직은 '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으니 알아서 나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희망퇴직을 다루는 기사의 제목에 가장 많이 배치하는 단어가 '칼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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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새 은행업계만은 이 '희망퇴직'이 '칼바람'이 아닌 '봄바람'처럼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최근 몇 년간 연말연초만 되면 은행권 희망퇴직 실시에 대한 소식이 연례 행사처럼 들려온다. 처음엔 은행권의 희망퇴직 소식에 큰 걱정을 했었다. 디지털 금융 전환으로 인한 비대면 영업 확대와 점포 축소 움직임이 은행 직원들의 일자리 상실로 이어지는 슬픈 시대적 흐름으로 여겨져서다. 


물론, 퇴직을 결정하기까지 큰 고민이 따를 것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은행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무한경쟁의 냉혹한 세상으로 스스로 몸을 던지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은행은 어려운 결정을 돕기 위해 큰 보상을 약속했다. 최대 36개월치 임금을 지급하는 특별퇴직금에 자녀 학자금 및 재취업 지원금, 건강검진권, 여행상품권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일각에서는 최대 5억원 가량을 희망퇴직을 통해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다보니 오히려 은행 직원들 사이에선 희망퇴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없어지고, 오히려 희망퇴직 실시를 기다리는 직원도 있다고 한다. 은행의 실적이 좋아 두둑히 챙겨줄 때 한 몫 챙기자는 심산이다. 그래서인지 일부 은행의 경우 만 40세(82년생) 직원도 희망퇴직에 포함돼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은행권 희망퇴직 기사 또는 커뮤니티에 달린 댓글에는 "나라도 그 돈 주면 퇴직한다"는 류의 부러움 섞인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은행으로서도 인력 과잉 상태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신규 채용도 진행해야 하는 입장에서 희망퇴직이 성황리에 이뤄지는 상황이 반가울 수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신규 채용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희망퇴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말인 즉슨, 사람을 내보내야 사람을 뽑을 수 있다는 말이다. 


타 업계 희망퇴직과는 사뭇 다른 온도차다. 어떤 말이든 환경이 달라지면 의미도 변한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되듯이. 하지만 은행과 직원이 모두 윈윈하는, 퇴직자가 행복한 긍정의 '희망퇴직'이 언제까지 가능할까? 티오(TO, Table of Organization)가 줄어드는 은행에서, 희망퇴직이 매년 치뤄지는 당연한 이벤트로 자리잡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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