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석유화학 사업재편의 핵심 축으로 꼽히는 여천NCC가 올해 하반기 통합법인 출범을 앞두고 2050억원 규모의 채무 만기를 소화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오는 5월 사모사채를 시작으로 10월 공모사채, 11월 유동화증권까지 만기가 줄줄이 돌아오는 가운데, 3년 연속 수천억원대 적자와 신용등급 하락이 겹치면서 주주사 지원 없이는 버티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각각 지분 50%를 보유한 합작법인으로, 여수 석유화학 특화단지 사업재편의 핵심 대상이다. 통합법인은 올해 9월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늦어도 연내 설립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DL 계열사들의 범용 폴리머 사업까지 포함하는 대규모 통합인 만큼 계열 분리 절차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문제는 통합법인 출범 전까지 넘어야 할 재무 관문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오는 5월 사모사채 350억원을 시작으로, 10월 공모사채 700억원, 11월 자산유동화증권(ABS) 1000억원 등 5월부터 11월 사이에만 총 2050억원의 만기가 집중돼 있다. 앞서 3월에 만기가 돌아온 사채 2100억원은 정상 상환됐다.
재무 체력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2025년 영업손실은 2514억원으로 전년(1503억원)보다 오히려 확대됐다. 2023년부터 3년 연속 적자다. 같은 기간 유형자산 손상차손만 1219억원에 달했는데, 사업재편 과정에서 3공장 일부 가동을 중단한 데 따른 것이다.
여천NCC 관계자는 "3공장에 이어 2공장도 추가로 가동을 정지할 예정이며, 향후 1공장과 롯데 공장만 운영하는 방향"이라고 밝혔다.
부채비율은 2024년 말 331%에서 2025년 말 242%로 낮아졌지만, 실상은 주주사들의 대규모 자본 투입 덕분이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지난해 각각 유상증자 1000억원과 출자전환 1500억원씩을 단행했다. 자본금은 2023년 1000억원에서 2025년 말 2052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이 아니라 주주사가 밀어넣은 자본으로 버티는 구조인 셈이다.
신용등급도 흔들리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여천NCC의 회사채 등급을 2024년 10월 A0에서 지난해 A-로 한 단계 낮췄으며, 두 평가사 모두 '부정적'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사채에 달린 조기상환 조항이다. 2027년 3월 만기인 사모사채(300억원)는 신용등급이 BBB+ 이하로 떨어지면 강제 조기상환 의무가 발생한다.
현재 A-에서 한 노치(notch) 더 하락할 경우 해당 조항이 발동된다. 2026년 10월 만기 사채(700억원)와 2027년 10월 만기 사채(300억원)는 부채비율이 500%를 초과하면 즉시 상환해야 하는 조건이 붙어 있다.
올해 만기 2050억원을 주주사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주주사들의 여력도 넉넉하지 않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 모두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여천NCC 지분법 손실까지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한 석화업계 관계자는 "양 주주사 모두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통합법인 출범까지 남은 시간 동안 재무 부담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사업재편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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