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8년 가까이 이어진 사법리스크 굴레를 벗었지만 지배구조 리스크가 새로운 벽으로 부상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앞서 직전 정관 변경을 통해 3년 임기를 모두 보장 받도록 한 하나금융 사례를 직접적으로 지목하며 강도 높은 지배구조 개선을 예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함영주 2기' 체제의 정당성을 어떻게 증명하느냐가 향후 경영 안정성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함 회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 가운데 업무방해 부분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번 판결로 함 회장은 금융사지배구조법상 최고경영자 결격 사유인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가능성에서 벗어나 회장직을 유지하게 됐다.
다만 금융당국의 시선은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사법 리스크의 고비는 넘겼지만, 감독 기조와 시장의 눈높이를 함께 고려할 때 지배구조 이슈가 다시 하나금융의 경영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금융권에서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8대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최고경영자 선임·연임 절차와 이사회 운영, 내부통제 전반에 대한 지배구조 특별 점검을 진행해 실질적 지배구조 적정성을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지난 16일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1분기 내로 금융지주 CEO(최고경영자) 승계 절차의 대대적인 손질도 예고한 상황이다.
하나금융 내부에서도 긴장감은 완전히 가시지 않은 분위기다. 당장의 경영 공백 우려는 사라졌지만, 금융당국 점검 결과에 따라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 문제는 법원이 아니라 당국"이라며 "함 회장의 연임 과정에서 불거진 지배구조 관련 잡음은 여전히 진행형으로 평가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하나금융은 이 과정에서 특히 민감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함 회장은 2025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2028년 3월까지 연장한 상태다. 문제는 연임 결정 바로 직전 하나금융이 내부 지배구조 정관 규정을 개정해 연령 제한을 완화했다는 점이다.
기존 규정에 따르면 함 회장은 당시 연임이 결정되더라도 만 70세가 되는 2027년 3월 임기가 종료돼 2년만 직을 수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2024년 12월 임기 중 만 70세에 도달할 경우 임기를 모두 채울 수 있도록 바꾸었다. 하나금융은 다음 달인 2025년 1월 함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고 발표했다. '셀프 임기 연장'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후보군이 골동품이 될 수 있다"며 금융지주의 연임 구조에 비판적 기조를 드러내고 있다. 금감원은 하나금융의 정관 변경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지목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이 함 회장 연임 과정을 비롯해 차기 회장 승계 로드맵과 관련해 다른 금융지주 보다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요구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지배구조 이슈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상태로 주요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경영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금융당국 점검 국면에서 날을 세우면 엄격한 수준의 투명성을 요구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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