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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사법리스크 끝낸 함영주, 하나금융 성장 전략 가속
차화영 기자
2026.01.29 17:05:14
대법 파기환송으로 거취 변수 제거…스테이블코인·보험 M&A 탄력
이 기사는 2026년 01월 29일 16시 4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함영주 회장이 2025년 12월 하나금융 명동사옥에서 열린 그룹 출범 20주년 기념 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제공=하나금융지주)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큰 기회를 주신다면 하나은행과 사회로부터 받은 신세를 갚기 위해 마지막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4년 전 채용비리 사건 1심 결심공판 최후변론에서 남긴 이 다짐은 결국 현실이 됐다. 대법원이 함 회장의 핵심 혐의에 대해 사실상 무죄 취지의 판단을 내리면서, 그는 남은 임기 동안 회장으로서 소임을 이어갈 수 있는 명분과 기회를 동시에 얻게 됐다.


대법원은 29일 함 회장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판결의 핵심은 항소심이 1심의 사실인정을 뒤집을 만한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하나금융의 부담으로 작용했던 함 회장의 거취 불확실성은 사실상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건을 다시 심리하는 파기환송심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대법원이 유죄 판단의 법리·증거 구조에 명확한 한계를 지적한 만큼 회장직 유지에 영향을 줄 만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가 확정됐지만 벌금형에 그쳐 회장직 수행에는 법적 제약이 없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상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유예기간 중인 경우에만 금융사 임원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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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로 함 회장은 2018년 6월 기소 이후 약 8년간 따라붙었던 '사법 리스크'의 꼬리표에서도 벗어나게 됐다. 그동안 하나금융은 실적 성장과 주주환원 확대 등 경영 성과에도 불구하고, 최고경영자의 사법 리스크가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시장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지배구조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함 회장은 앞서 2024년 7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판매와 관련한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도 대법원 최종 승소를 거둔 바 있다.


함 회장은 하나은행장이던 2015~2016년 신입사원 공채 과정에서 인사 청탁을 받아 9명을 부당 채용한 혐의와 2013~2016년 신입 행원 남녀 비율을 4대 1로 맞추는 방식으로 채용에 차별을 둬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2022년 3월 1심 재판부는 부정 채용을 지시했다는 직접 증거가 없고, 채용 관행 역시 은행장 개인의 의사결정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023년 11월 항소심은 일부 채용 과정에서의 개입을 인정해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또 달랐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항소심이 1심의 사실인정을 뒤집기 위해서는 증거 판단이 명백히 잘못됐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는 등 예외적 사정이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함 회장의 업무방해 혐의와 관련해서는 이 같은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항소심이 1심 판단을 번복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금융권 채용비리 사건에서 최고경영자에게 형사 책임을 묻기 위한 기준을 다시 한 번 엄격히 제시한 사례로도 해석된다.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함 회장의 경영 행보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주주환원 확대와 중장기 성장 전략, 특히 디지털 신사업과 인공지능 전환(AX) 전략에 대한 드라이브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은 다른 금융지주 대비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 분야에서 비교적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함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거대한 변화의 흐름 중 하나로 지목하며 선제적 대응을 강조했다. 그는 "하나금융의 안정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코인 발행과 준비금 관리, 보안 체계 구축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국내외 파트너사 제휴, AI 기술 연계, 통화·외환 관련 정부 정책과의 공조를 통해 발행-유통-사용-환류로 이어지는 완결된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사법 리스크로 인해 상대적으로 속도를 내기 어려웠던 중장기 전략에도 명분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은행 강화를 위한 보험사 인수합병(M&A) 논의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를 위한 주주환원 확대 정책에도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최근 예금보험공사가 진행하고 있는 예별손해보험(옛 MG손해보험) 공개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함 회장은 첫 번째 임기 3년 동안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한 것은 밸류업이라고 직접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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