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차세대 HBM4는 고객과 협의한 일정에 맞춰 요청 물량을 계획대로 양산 진행 중입니다. 생산을 극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 HBM 고객들의 수요를 100% 충족하기 어려워 일부 경쟁사 진입은 예상이 됩니다. 하지만 성능과 양산성, 품질을 기반으로 당사의 주도적인 공급사 지위는 지속될 것입니다."
김기태 SK하이닉스 HBM 세일즈·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29일 열린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같이 말했다. HBM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의 HBM4 공급망에서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존재감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이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전작인 HBM3E에서는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물량을 납품하면서 가장 긴밀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는 그동안 HBM 사업에서 주요 고객사들과 장기간 협업해온 이력을 거듭 강조했다. 김기태 부사장은 "SK하이닉스는 HBM2E 시절부터 고객사들, 인프라 파트너사들과 '원팀'으로 협업하며 HBM 시장을 개척해온 선두주자"라며 "단순히 기술이 앞서는 수준을 넘어 그동안 저희가 쌓아온 양산 경험과 품질에 대한 고객의 신뢰는 단기간에 추월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HBM4 역시 고객사들과 인프라 파트너사들의 당사 제품에 대한 선호도와 기대가 매우 높고, 최우선으로 (납품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바탕으로 HBM4 역시 HBM3나 HBM3E와 마찬가지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업계에서 SK하이닉스를 둘러싸고 HBM4 리비전(수정·보완) 등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기술적 경쟁력을 부각하려는 메시지도 있었다. 김 부사장은 "SK하이닉스의 HBM4는 기존 제품에 적용 중인 1b 기반으로도 고객 요구 성능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기술적 성과"라며 "독자적 패키징 기술인 어드밴스드 MR-MUF를 이용해 HBM3E 수준의 수율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는 고객사들과 장기공급계약(LTA)을 유리한 조건에서 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왔다. 관련 질문에 대해 박준덕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과거의 LTA는 대부분 물량에 대한 느슨한 계약이었고,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꼈다"며 "반면 최근 논의되고 있는 LTA는 단순한 구매 의향이 아닌, 고객과 공급 업체 간의 강한 약속(커미트먼트)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근 메모리 생산에 필요한 기술 난도가 높아지고, 투자 부담이 커지면서 공급 업체들이 수요에 대한 높은 가시성을 중시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박준덕 부사장은 "고객들은 LTA 기간을 이전과 달리 다년 계약으로 원하나, 캐파(생산 능력) 제약으로 인해 고객 요청에 모두 대응하기 어렵다"며 "회사는 고객과 당사의 장기적인 운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97조1467억원, 영업이익 47조2063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기존 최고 실적이었던 2024년(매출 66조1930억원·영업이익 23조4673억원)을 큰 폭으로 웃돌았으며, 영업이익률은 49%를 기록해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수익 구조가 한층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34조9420억원으로 전년 말(14조1560억원)보다 20조원 이상 증가하며 재무 구조가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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