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국내 메모리 양대 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세대 HBM4 시장으로 전환되는 과도기 국면에서 각자의 사업 상황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다음 달 제품 출하 일정까지 언급하며 구체적인 메시지를 낸 점이 눈에 띄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세부 일정 제시보다는 기술 리더십과 자신감에 무게를 뒀다.
2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차세대 HBM4 관련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HBM 사업에서 불확실성이 컸던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일정과 진행 상황을 제시했고, SK하이닉스는 기존의 기술 경쟁력을 재차 강조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날 눈길을 끈 대목은 삼성전자의 직설적인 메세지였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HBM 사업에서 경쟁사 대비 존재감이 줄면서 관련 질의에 대해 표현을 아끼거나 원론적인 설명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컨퍼런스콜에서는 HBM4 고객사 평가 현황에 대해 "당장 다음 달에 HBM4 제품 출하가 예정돼 있다"고 언급했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고객사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서 상용화를 목전에 두게 됐다는 설명이다.
기술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개발 착수 단계부터 제덱(JEDEC) 기준을 상회하는 성능 목표를 설정했다"며 "이에 주요 고객사들의 요구 성능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샘플을 공급한 이후 '재설계' 없이 순조롭게 고객 평가를 진행 중이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HBM4는 업계 최고 수준의 11.7Gbps의 속도를 구현해, 제덱 표준(8Gb)을 약 37% 초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경쟁사인 SK하이닉스를 둘러싼 기술적 이슈를 한번 더 상기시키는 발언으로 해석한다. 최근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HBM4 리비전(수정·보완) 이슈가 거론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월 엔비디아에 HBM4 커스터머(CS) 샘플을 공급한 이후, SiP 테스트 과정에서 확인된 일부 보완 사항을 반영해 회로 수정 작업을 진행했다. 다만 해당 샘플이 완전한 보완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면서, 완성도 제고를 위해 추가 개선을 거친 샘플을 한 차례 더 공급하는 등 수정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민감한 사안으로 꼽히는 고객사 퀄리피케이션 테스트와 관련해서도 비교적 구체적인 언급을 내놨다. 회사 측은 "현재 퀄 테스트 완료 단계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HBM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이미 제품 주문을 받았다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회사가 이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은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태도를 오히려 자신감이 반영된 메세지로 읽는다. 최근 들어서는 기대감을 자극하는 표현보다 진행 단계를 분명히 설명하는 것을 신뢰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인상적인 표현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이미 HBM4 제품을 정상적으로 양산 라인에 투입해 생산을 진행 중이며, 주요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2월부터 최상위 빈인 11.7Gbps 제품을 포함한 HBM4 물량을 양산 출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산'에 그치지 않고 '출하'라는 단어까지 사용한 점이 주목된다. 메모리 3사 가운데 샘플이 아닌 완제품을 가장 먼저 내놓을 수 있을 정도로 기술 성숙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반면 SK하이닉스의 HBM4 관련 발언은 구체성보다는 자신감이 눈에 띄었다. 먼저 지난해의 성과를 재차 강조하는 식으로 화두를 열었다. 이날 회사는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3월 세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에 HBM4 샘플을 공급한 데 이어, 9월에는 세계 최초로 양산 체계를 구축하며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했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라는 표현을 반복하면서 HBM 사업에서 선도적 위치에 있음을 부각시킨 것이다.
고객 수요 측면에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SK하이닉스는 "고객사들과 인프라 파트너들은 당사의 HBM4를 최우선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HBM4 역시 전작인 HBM3, HBM3E와 마찬가지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달리 구체적인 출하 시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표현 역시 '출하'가 아닌 '양산' 수준에 머물렀다. 회사 측은 "HBM4에 대한 준비는 고객과 협의한 일정에 맞춰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고, 현재 고객 요청 물량에 대해 양산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또 "HBM3E와 HBM4를 동시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사업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전작인 HBM3E의 경쟁력을 함께 언급해, 과거 성과에 기대는 듯한 인상도 남겼다.
최근 불거진 리비전 이슈와 경쟁사의 기술 경쟁력이 높아진 상황을 의식한 듯, 자사의 기술적 우위를 강조하는 메시지도 이어졌다. 그동안 업계는 삼성전자가 HBM4에 SK하이닉스보다 선단 공정인 1c D램을 적용, 속도와 전력 효율에서 유리하다고 평가해왔다.
SK하이닉스는 기존 1b 공정 기반으로도 차세대 제품을 구현해냈다는 것에 대해 자화자찬하는 모습이었다. 회사 측은 "SK하이닉스의 HBM4는 기존 제품에 적용 중인 1b 기반으로도 고객 요구 성능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기술적 성과"라며 "독자적 패키징 기술인 어드밴스드 MR-MUF를 이용해 HBM3E 수준의 수율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양사 모두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호황기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특히 범용 D램 가격 상승세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93조8374억원, 영업이익 20조737억원의 확정 실적을 공시했다. 각각 전년 동기보다 23.7%, 209.2%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매출 32조8267억원, 영업이익은 19조1696억원으로 각각 66.1%, 137.2%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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