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연합자산관리(유암코)가 1조원의 몸값으로 인해 팔리지 않는 STX엔진 탓에 속앓이하고 있다. 유력한 원매자로 꼽혔던 한화그룹이 가격 이슈로 인수전에서 손을 떼면서다. 한화는 비싼 돈을 들이기보단 계열사 한화엔진에서 자체 중속엔진 사업을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STX엔진이 필요 없는 상황이 됐다. 해외 기업에 매각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 업계에서는 유암코가 STX엔진 매각을 위한 적당한 시기를 놓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STX엔진을 인수할 대상 기업으로 한화엔진만한 기업이 없다는 이야기가 지속해서 흘러나온다. 한화그룹은 2017년 STX엔진 인수전에서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하기도 했다. STX엔진을 인수하게 되면 빠르게 중속엔진까지 사업 분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다만 고액의 몸값은 인수를 망설이게 한 요소로 평가됐다.
한화엔진이 STX엔진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에는 경쟁사 HD현대와의 공급망 이슈도 있다. 한화엔진은 HD현대중공업의 '힘센엔진'도 구매해서 사용하는데 미국 방산시장에서 군함 건조가 실현될 경우 시장 선점을 위해 자체 엔진사업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힘센엔진은 선박용 발전기 중속엔진 분야 세계 1위로 시장점유율 약 35%에 달한다. HD현대 쪽에 매출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STX엔진을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유암코 입장에서도 시장의 관심이 필요한 시기였다. 인수한 지 7년이 흘렀고 조선 호황기에 STX엔진을 처분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것으로 평가돼서다. 유암코는 부실기업을 인수해 정상화한 뒤 매각하는 구조조정전문기업이다. 조선업이 호황을 맞았고 STX엔진이 실적 측면에서도 정상 궤도에 오른 만큼 엑시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2018년 STX엔진을 인수한 유암코는 그동안 매각을 위한 준비작업을 지속했다. 지분율은 2022년 말 84%에서 지난해 4월 기준 70%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는 62%까지 떨어졌다. 원활한 엑시트를 위해 STX엔진 보유 지분을 줄여온 셈이다.
몸값은 변수였다. 시가총액은 지난 26일 종가 기준 1조4600억원이다. 2018년 6월 유암코로 최대주주가 바뀐 시점과 비교하면 6배 이상 시총이 증가했다. 2018년 6월 당시 시총은 약 2300억원에 불과했다. 지금 유암코 지분가치는 약 9200억원에 달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STX엔진을 인수하는 데 1조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한 것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1조원가량 투자해 인수할 만큼 STX엔진 매력도가 높지 않다"고 말했다.
한화엔진이 STX엔진 인수 의사가 없다고 밝힌 점도 유암코에는 암초로 작용하고 있다. 한화엔진은 STX엔진을 인수할 유력한 원매자로 꼽혔다. 한화엔진의 경우 독일 기업 MAN의 라이선스를 이용해 중속엔진을 생산할 예정이다.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소 쪽에서는 기존 힘센엔진, STX엔진 이외에 한화엔진의 중속엔진도 거래할 수 있게 됐다. 한화의 조선 계열사 한화오션의 경우 힘센엔진뿐만 아니라 한화엔진 제품까지 선택의 폭이 확대된다. STX엔진은 시장 경쟁자만 증가한 셈이다.
한화엔진 관계자는 "중속엔진 사업을 위한 자체 공장을 신설하고 있다"며 "STX엔진 인수는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자체 중속엔진 사업을 하는 상황에서 유암코 쪽에서 이렇다 할 전략투자자(SI)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두일 유암코 CR그룹장은 STX엔진 매각에 관해 "검토한 사항이 없고 지분율을 얼마큼 더 줄일지는 미정이다"며 "해외 투자자 유치의 경우 방산업체 매각으로 대주주 변경 승인이 필요한 만큼 만만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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