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메리츠증권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14년 만에 다시 발을 뗐다.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 1호 상장에 성공하며 IPO 주관 실적을 쌓았다. 거래 규모와 수수료는 크지 않지만 전통 기업금융(IB) 부문 재건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최근 스팩 1호 상장을 마무리했다. 총 공모주식 550만주로 구성된 '메리츠제1호스팩'은 이달 5일 일반 청약을 마쳤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는 경쟁률 948대 1에, 3.66%의 투자자가 의무보유를 확약했고 지난 15일에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메리츠증권이 상장주선인으로 IPO를 주관한 것은 지난 2011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한국종합기술 이후 14년 만이다. 오랜 공백 끝에 다시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며 IPO 주관 업무 재개에 나선 셈이다.
이번 스팩 상장은 수수료 기준 약 2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단기 수익성만 놓고 보면 의미가 크지 않다. 그럼에도 메리츠증권 내부에서는 IPO 인력 확충과 청약 시스템 개발 등 선행 투자의 성과가 가시화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 실적보다는 향후 기업금융 사업 확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메리츠증권의 전략 변화는 부동산 시장 환경과 맞물려 있다. 2022년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둔화하면서 IB 부문 수수료 수익도 감소했다. 부동산 경기 둔화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메리츠증권은 지난해부터 DCM과 ECM 등 기업금융 중심의 전통 IB 부문 강화를 추진해왔다. 부동산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원을 다변화하겠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에서 메리츠증권은 올해 초 기업금융본부를 신설했다. 조직 개편과 함께 IPO 주관을 염두에 둔 상품 준비와 공모 관련 시스템 구축도 병행했다. 수요예측과 공모주 청약을 위한 시스템 개발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속도라면 거래소의 심사 승인 이전에 주요 시스템 작업이 대부분 마무리될 전망이다.
메리츠증권은 스팩 1호 상장에 이어 2호 스팩 상장도 준비 중이다. 조만간 2호 스팩의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스팩을 통해 IPO 트랙 레코드를 차근차근 쌓으면서 향후 일반 기업 상장 주관으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의 이번 행보를 정통 IB로의 방향 전환 신호로 보고 있다. PF 중심의 IB 모델에서 벗어나 DCM과 ECM, IPO 주관까지 포괄하는 구조를 구축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대형 딜을 단번에 노리기보다는 스팩을 시작으로 내부 역량을 점검하고 시스템을 안정화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의 IPO 시장 복귀가 단발성에 그칠지, 전통 IB 강화의 분기점이 될지는 향후 행보에 달렸다"면서도 "최근의 인력구성을 볼 때 기업금융 사업을 다시 키우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드러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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