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세대 PEF 운용사로 한국판 KKR로 불리던 상장 투자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가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하이브 투자 등으로 탠배거를 터뜨렸지만 정작 경영권 방어에는 취약한 지배구조를 형성한 탓에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그 배경에는 창업주 도용환 회장의 성공 신화와 두 차례의 성과보수(캐리) 지급 방식 논란, 그리고 이로 인한 핵심 인력의 이탈이라는 내부 균열이 자리 잡고 있다. 스틱이 경영권 도전에 직면하게 된 내부적 배경을 살펴본다.
[딜사이트 김기령 기자] 국내 1세대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한국판 KKR을 꿈꾸던 스틱인베스트먼트는 한때 업계의 성공 신화를 상징했다. 벤처캐피탈로 시작했지만 이후 라지캡 부문을 만들어 LIG넥스원과 하이브 등 굵직한 투자 성공사례를 쌓으며 PEF 시장에서도 입지를 공고히 해왔다. 하지만 빠른 성공과 이후 빚어진 성과보수(캐리) 분배 논란으로 리더십에 문제가 생기며 조직 내에선 균열의 불씨가 됐다.
신한생명 최고투자책임자(CIO)였던 도용환 회장은 1996년 회사를 나와 스틱투자자문을 설립해 업계에 자신만의 깃발을 꽂았다. 하지만 곧바로 들이닥친 외환위기는 신생 투자사에 적잖은 고난의 시기를 만들었다. 전란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경제적 역성장은 그러나 새 정부를 탄생시켰고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가도약을 위해 대대적인 IT 투자에 나서면서 벤처기업 붐을 일으켰다. 당시 IT 전문 투자회사를 만들어야겠다고 계획한 도 회장은 1999년 자본금 180억원으로 스틱IT투자를 세워 본격적인 벤처투자에 나섰다.
스틱은 이러 이유로 초창기 벤처캐피탈(VC) 형태로 IT기업 투자를 진행해 성공을 거뒀다. 단순한 초기 투자보다는 기술력과 시장성이 입증된 성장기 기업에 집중했고, ICT와 바이오, 헬스케어, 소재·부품·장비, 콘텐츠 분야 등에서 장기 성장 테마를 조기에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났다는 평을 얻는다. 카카오와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IT 대표 기업들의 성장 구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수익성과 인지도를 높였다. 특히 단순히 자금 공급이 아니라 기업의 비즈니스 구조조정·해외 진출·전략적 제휴까지 지원하는 액티브 매니지먼트형 VC 모델을 선도했다.
스틱은 첫 10년 간은 벤처투자(VC)와 PEF를 병행했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PE 중심으로 재편하고, VC 부문은 별도 법인 스틱벤처스로 분리했다. 그간 미진했던 라지캡에 전사 역량을 집중할 계획으로 하우스를 재편한 스틱은 일단 바이아웃(Buyout, 경영권 인수거래)보다는 그로쓰캐피탈(Growth Capital, 성장자본 투자)에 중점을 두면서 기업이 산업 내에서 구조적 성장의 기회를 잡도록 경영 파트너십과 글로벌 네트워크, IPO(기업공개) 지원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런 맥락에서 가능했던 첫번째 도약이 2010년대 초에 진행한 LIG넥스원 투자와 그에 따른 성과였다. 스틱은 당시 불안전한 발사체를 만들던 LIG넥스원의 미사일 기술력을 정밀하게 평가해 선제적으로 투자하면서 시장의 시선을 끌었다. 투자 당시 청상어와 홍상어 등으로 불리던 공중-수중 미사일들의 오작동 및 불발 문제가 비화됐지만 기술 개선을 믿고 진행하는 뚝심을 밀어붙여 예상보다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평가다. 실제 투자금 1070억원으로 시작한 이 딜은 하나은행 PE 본부와 함께 진행해 2017년 회수 시점에 내부수익률(IRR) 30%, 단일하우스 기준 3210억원을 회수하면서 시장에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하지만 이 시점에 내부 균열이 생겼다. 회사에 유보금이 쌓였는데 이에 대한 임직원 분배가 제한적이었던 탓이다. 성과 분배가 보수적인 상황에서 부동산 대체운용사 스틱얼터너티브를 도용환 회장이 만들겠다고 선언하자 결국 핵심 운용인력의 이탈이 이어졌다. 당시 스틱의 에이스로 불렸던 정한설 현 켁터스PE 대표가 회사를 떠났고, 이어 고성규 투자본부장도 퇴사 행렬에 동참했다. 두 사람은 도 회장처럼 자신 만의 하우스를 만들기 위해 떠난 측면도 있지만 당시 임직원들의 불만도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스틱은 이미 벤처캐피탈에서 라지캡으로 방향을 전환하던 2011년에도 임정강 당시 대표(현 이스트브릿지 회장)이 독립했고 이전 투자자문 시절에는 장덕수 현 DS그룹 회장을 잃기도 했다. 스틱은 투자 시장의 인력 양성소로 불렸지만 그만큼 인재들을 대우해주지 않아 장기성장을 도모할 수 없을 거란 우려가 불거진 것이 2018년 즈음이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를 도용환 회장은 빠르게 불식시켰다. 2018년 스틱은 스페셜시추에이션 1호 펀드를 통해 하이브에 1038억원을 투자했는데 이 딜이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다. 투자 2년 7개월 만에 무려 1조원에 가까운 9470억원을 회수해 국내 PE 역사상 가장 높은 텐배거(Ten-bagger) 기록을 올린 것이다. 이는 주가가 투자금 대비 10배(1000%) 이상 상승한 종목을 의미한다. 이 거래를 주도한 운용역은 현재 PE 부문 대표가 된 채진호 심사역이었고, 그는 신영증권에서 애널리스트로 차분히 실력을 쌓았다가 스틱에서 선배들이 떠나자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도용환 회장은 첫 번째 성과배분 실패를 의식한 듯 2021년에는 핵심 인력들에게 크게 보상했다. 그간의 불만을 의식해 핵심 운용역들에게 현금 보상을 안배한 것이다. 특히 하이브 성공을 이끈 채 대표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2021년 165억원 ▲2022년 10억원 ▲2023년 6억원 ▲2024년 10억원 등 매년 성과급을 수령하고 있다. 스틱 내에서는 연봉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채 대표는 올해도 하이브 관련 잔여 성과급 수십억원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렇게 현금을 나눈 덕에 조직 이탈은 막았지만 대규모 보상으로 내부 현금 유보금은 급격히 줄었다. 조직은 안정시켰지만 정작 자사주 매입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실탄은 부족해졌다는 지적이다.
도용환 회장은 코스피 상장사 디피씨(DPC)를 통해 스틱의 성장 기반을 다졌다. 1999년 디피씨에 투자해 주요 주주로 올라선 그는 2021년 디피씨가 스틱을 흡수합병하는 구조로 코스피 시장에 입성했다. 합병 이후 디피씨는 사명을 스틱인베스트먼트로 변경했고 스틱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상장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상장 이후 스틱의 지분 구조는 도 회장(13.5%) 외에 미리캐피탈(13.38%),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5.09%) 등이 들어오면서 복잡해졌다. 내부 유보금이 줄어든 상태에서 자사주 매입이나 지분 확충이 어려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 회장은 과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채 외부 주주의 영향력 확대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 취약한 지배구조가 결국 외부로부터의 경영권 압박이라는 새로운 리스크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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