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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선언한 도용환 회장…지배구조 최대 위기
김현호 기자
2025.12.03 08:30:15
③ 상장 사모펀드 운용사 본질 훼손 우려에 주총 표대결 불가피…한국형 PEF 시험대
이 기사는 2025년 12월 02일 16시 0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래픽=오현영 기자)

[딜사이트 김현호 기자] '한국 사모펀드(PEF)의 대부'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이 내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을 공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스틱의 앞날에 짙은 안개가 드리우고 있다. 창업주가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하는 시점에 행동주의 펀드가 경영권 공격의 칼을 빼 들었기 때문이다. 수장 교체기에 닥친 지배구조 위기는 단순한 경영권 다툼을 넘어 국내 자본시장에서 '자본 대 자본' 대결이라는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했다는 지적이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1999년 스틱을 창업해 운용자산(AUM) 10조원대의 대형 하우스로 키워낸 도용환 회장은 창업 26년 만인 내년에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은퇴할 계획을 회사 안팎에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도용환 회장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안착시켜 특정 개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영속형 하우스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하지만 이 청사진은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기습적인 공세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얼라인은 최근 스틱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에서 경영권 영향으로 변경하고 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 등을 예고하며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도 회장의 용퇴 시점과 맞물린 얼라인의 공세는 치밀하게 계산된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스틱의 지배구조는 창업주의 부재를 버텨내기 힘들 만큼 취약하다. 도 회장(13.5%)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19%대에 불과한 반면 자사주(13.54%), 미국계 미리캐피탈(13.48%), 얼라인(7.63%), 페트라자산운용(5.09%) 등 잠재적 연합군의 지분율은 과반에 육박한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오너가 사라진 '무주공산'을 행동주의 자본이 파고든 형국이다.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

얼라인은 즉각적인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고 있다. 자사주를 없애 주당순이익(EPS)과 배당수익률을 높이라는 명분이다. 하지만 스틱 입장에서 자사주는 단순한 주주환원 재원이 아니다. 취약한 지배력을 보완하고 유사시 우호 세력(백기사)에게 넘겨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자사주가 소각되어 사라질 경우 '포스트 도용환' 체제의 스틱은 외부 자본의 입김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이는 곧 경영권의 상실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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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토종 PEF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업가치를 높여 수익을 내야 하는 PEF 운용사가 도리어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되어 단기 성과 압박을 받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PEF 비즈니스는 본래 긴 호흡이 필수적이다. 기업을 인수해 구조조정을 거쳐 가치를 높이는 데 통상 3~5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행동주의 자본의 요구대로 당장의 현금 환원과 배당에 치중하다 보면 스틱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고갈될 수밖에 없다. 대형 매물 인수(M&A)나 해외 진출을 위한 'GP 커밋(운용사 의무 출자금)' 여력을 축소시켜 하우스의 장기 경쟁력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LP(출자자) 신뢰 위기라는 거버넌스 리스크다.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은 펀드 운용사의 지배구조 안정성을 최우선 평가 항목으로 꼽는다. 만약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으로 경영진이 교체되거나 대주주가 변경될 경우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심사가 길어지거나 경영 주체가 불분명해지면 LP들은 자금 위탁을 꺼리게 되고 자금줄이 마른 운용사는 딜 소싱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1조원대 AUM을 가진 얼라인이 10조원대 스틱을 흔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이 자칫 하우스의 펀더멘털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스틱 경영진은 배수의 진을 치고 대응에 나섰다. 자사주를 소각하는 대신 이를 활용해 우호 세력을 확보하거나 외부 자산운용사를 인수해 덩치를 키우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도 회장의 은퇴 이후에도 경영권 안정을 꾀하려는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얼라인은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자사주 소각 계획을 내놓으라며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리캐피탈 등 다른 주요 주주들이 수익률 제고를 명분으로 얼라인의 손을 들어줄 경우 도 회장이 평생을 바쳐 일군 '투자 명가'의 간판이 흔들릴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다.


결국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는 도 회장의 명예로운 퇴진과 스틱의 미래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주인 없는 회사를 노리는 외부 자본과 백년 기업을 지키려는 내부 경영진의 표 대결이 불가피하다. 업계는 이번 분쟁을 단순한 경영권 다툼이 아닌 한국형 상장 PEF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묻는 시험대로 보고 있다.


한 대형 PEF 운용사 대표는 "도 회장이 물러나는 시점에 터진 이번 분쟁은 한국형 상장 PEF가 가진 구조적 취약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단기 차익을 노리는 자본 논리에 하우스의 장기 투자 철학이 훼손된다면 스틱을 넘어 한국 PEF 업계 전체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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