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K-금융의 글로벌 행보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 진출은 이제 주요 금융사에 단순한 기회 모색이 아니라 핵심 사업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탄탄한 해외 실적은 '생산적 금융'이 강조되는 현시점에서 선순환적 수익 구조를 만들어가는 동력이 되고 있다. 딜사이트는 이번 기획을 통해 세계 각 거점에서 펼쳐지는 국내 금융사의 현지 사업과 전략, 그리고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다. [편집자주]
[하노이(베트남)=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우리은행 베트남법인이 향후 2~3년 내 여신 포트폴리오 구조를 기업 40%, 리테일 60%로 전환해 현지화와 디지털 혁신에 속도를 낸다는 목표다.
김병진 우리은행 베트남법인장은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 딜사이트와 만나 "리테일과 디지털이 베트남 성장 전략의 핵심 축"이라며 "한국계 은행이 아닌 현지 은행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베트남법인은 1997년 하노이에 지점을 열며 국내 금융사 중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했다. 2017년 현지 법인으로 전환한 뒤, 하노이·호치민·하이퐁·다낭·껀터 등 5대 도시에 28개 네트워크를 운영 중이다. 임직원 약 900명 중 95%가 현지 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김 법인장은 "현재 여신 비중은 기업 60%, 리테일 40% 수준이지만 내년 말 각각 50%, 이후 2~3년 안에 리테일 60%를 달성할 것"이라며 "기업 여신은 경기 변동성에 민감하지만 리테일은 예금 기반과 순이자마진(NIM)으로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은행 베트남법인의 리테일 부문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 3년간 개인 고객 수는 80만명에 육박했고, 디지털 고객은 100만명을 돌파했다. 주력 상품은 주택담보대출(홈론)과 자동차대출(카론)으로, 한국계 기업 직원뿐 아니라 현지 중산층 직장인으로 고객층을 넓혀가고 있다.
김 법인장은 "중산층이 빠르게 확대되는 베트남에서 리테일 금융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현지 고객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곧 안정적 성장 기반 강화"라고 말했다.
◆ VIP 자산관리 '투체어스'로 예금 기반 확대…WON앱 전면 재구축
우리은행은 리테일 확대와 함께 고액자산가 고객층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작년부터 자산관리 브랜드 '투체어스(Two Chairs)'를 도입해 하노이·호치민 등 주요 점포 5곳에서 운영 중이다.
김 법인장은 "예금 중심의 안정적 자금 조달이 중요하다"며 "투자상품이 제한적인 베트남에서는 예금·대출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VIP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VIP 고객 기준은 수신 평잔 20억동(한화 약 1억원) 이상으로, 전담 상담 서비스와 프리미엄 카드, 대여금고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아울러 올해 우리은행 베트남법인은 8년 만에 모바일뱅킹 앱 'WON'을 전면 재구축했다. 김 법인장은 "현지 고객의 금융 습관과 언어 구조를 반영한 베트남형 UX로 완전히 새롭게 개발 중"이라며 "내년 4분기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그는 "베트남은 모바일 보급률이 높고, 젊은 세대가 금융 소비의 중심"이라며 "WON앱의 핵심은 첫 화면 개인화와 직관적 인터페이스"라고 밝혔다. 이어 "텍스트보다 아이콘 중심으로, 빠르게 원하는 기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금융시장에서 디지털 채널은 단순한 효율화 수단이 아니라 '성장 인프라'다. 김 법인장은 "현지 네트워크는 28곳에 불과하지만, 디지털이 곧 제2의 영업망"이라며 "WON앱을 통해 대면 채널의 한계를 극복하고 비대면 여신·수신·적금 등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 QR 결제·플랫폼 제휴로 디지털 생태계 확장
우리은행은 상점용 결제 서비스 'QR 머천트(QR Merchant)'로 소상공인 시장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상점이 QR코드로 결제를 수취하고, 입금 알림과 정산 기능을 제공하는 맞춤형 솔루션이다.
김 법인장은 "QR 결제가 생활화된 베트남에서 QR 머천트는 단순 결제를 넘어 소비자와 자영업자를 하나의 디지털 생태계로 연결하는 서비스"라며 "결제 데이터는 비대면 여신이나 신용평가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현지 플랫폼사와 협업도 강화 중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베트남 최대 부동산 플랫폼사와 홈론(주택담보대출) 제휴를 체결했고, 8월에는 빈패스트(VinFast)와 자동차 금융 제휴를 맺었다. 또한 잘로페이(ZaloPay) 등 현지 빅테크와 BaaS(Banking as a Service) 협업을 추진하며 비대면 마케팅 채널을 확장하고 있다.
김 법인장은 "채널이 제한된 외국계 은행으로서는 현지 플랫폼과의 협업이 생존 전략이다"며 "디지털 파트너십을 통해 고객 접점을 넓히고, QR 결제 기반의 소상공인 금융까지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스크는 한국 수준으로, 성장엔진은 현지화로
우리은행 베트남법인의 연체율은 0.48%로, 현지 은행 평균(약 2%)보다 낮다. 김 법인장은 "심사부장이 직접 담보 현장을 확인하고, 본점 및 홍콩·싱가포르 심사센터에서 3단계 검증을 거친다"며 "본사 수준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현지에 그대로 이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베트남은 담보제도나 등기 절차가 한국만큼 체계적이지 않아 리스크 관리의 현지화가 중요하다"며 "내부 통제와 신용평가 모형을 고도화해 현지 규제보다 한발 앞서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추심 인력 확충, NPL 매각 다변화, 정기 리스크 교육 등을 통해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우리은행은 단순한 외형 확장이 아니라 건전성 중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향한다"며 "리테일 확대와 리스크 관리가 균형을 이뤄야 진정한 현지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법인장은 "앞으로의 2~3년은 리테일 중심 내실화의 시기"라며 "WON앱 개편과 QR 머천트 확장, VIP 자산관리 강화를 통해 질적 성장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과 리테일이 우리은행 베트남법인의 성장 축이자, 한국 금융의 글로벌 경쟁력을 증명할 무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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