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콜린) 선별급여 취소소송에서 제약사들이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현재까지 제약사들이 제기한 소송이 모두 무위로 가며 연 6000억원에 달하는 콜린 제제 시장의 변화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환자 부담이 적고 임상 근거를 확보하고 있는 은행잎추출물 기반의 의약품이 콜린 제제에 대한 수요를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1일 대웅바이오 외 28인이 청구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약제) 일부개정고시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기각 판결을 내렸다. 정부의 콜린 제제 급여 축소 결정이 타당하다는 취지다.
앞서 올 3월 종근당 그룹의 대법원 상고심 기각에 이어 대웅바이오 그룹의 항소도 기각됨에 따라 콜린제제의 선별급여 조치는 사실상 확정 수순을 밟게 됐다. 콜린 제제 선별급여 전환을 두고 정부와 제약사들이 소송을 벌인 지 5년여 만이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 치매 진단이 없는 환자에게 콜린 제제를 처방할 경우 본인부담률을 30%에서 80%로 상향하는 선별급여 도입을 고시했다. 고시 이후 제약사들은 충분한 임상 근거 없이 급여를 제한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일관되게 정부 손을 들어줬다.
콜린 제제는 기억력이나 집중력 저하가 있는 환자들의 인지기능 개선을 목적으로 사용돼 온 약물이다. 특히 경도인지장애(MCI), 치매 초기, 뇌혈관 질환 이후 인지 저하가 우려되는 환자들에 널리 처방됐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콜린제제 처방 규모는 6123억원에 달한다.
선별급여가 도입될 경우 환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기존 연간 16만7000원에서 2.7배 많은 44만6000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콜린의 급여가 축소될 경우 다른 약제가 그 자리를 메울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은행잎추출물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아세틸엘카르니틴, 옥시라세탐 등 다른 뇌기능 개선제들도 임상재평가에서 효과성을 입증하지 못한 까닭이다.
은행잎추출물의 경우 콜린의 유효성 문제가 부각된 이후 경도인지장애 시장에서 점진적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는 약물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은행잎추출물 의약품 시장은 2020년 418억원, 2021년 484억원, 2022년 545억원, 2023년 609억원, 2024년 674억원으로 매년 급성장 중이다.
은행잎추출물이 콜린 대체제로 주목 받는 이유는 인지기능 점수가 개선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수의 임상연구를 통해 초기치매와 경도인지장애, 그 이전 단계인 주관적 기억장애까지 폭 넓은 처방 근거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시아 신경인지질환 전문가그룹(ASCEND)은 2021년 합의문을 통해 은행잎 추출물을 경도인지장애(MCI)의 증상 치료에서 'Class I, Level A'로 권장되는 유일한 약제로 권고했다. Class I은 해당 치료가 효과적이며 권장된다는 가장 높은 수준의 권고 등급을 의미하며 Level A는 권고에 대해 가장 높은 수준의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될 경우 부여된다.
독일에서 진행된 리얼 월드 데이터(RWD) 분석에서는 과거 의료 기록을 기반으로 장기간 추적한 연구를 통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경도인지장애로 처음 진단받은 65세 이상 환자 2만4483명을 2021년 2월까지(평균 3.8년, 최대 20년) 관찰했다. 그 결과, 은행잎추출물을 5회 이상 복용한 환자군에서 치매로 진행될 위험이 약 4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근거에 따라 독일,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을 포함한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은행잎추출물 제제를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증상 관리 약물로 승인했다.
또 최근 양영순 순천향대병원 신경과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은행잎추출물이 치매의 원인으로 지목된 베타아밀로이드 올리고머(oligomer)화를 억제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은행잎추출물과 도네페질 병용 투여 시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올리고머화 경향을 수치화한 바이오마커 'MDS-Oaβ' 수치가 도네페질 단독 투여 환자군보다 감소했다.
시장 한 관계자는 "은행잎추출물의 경우 다른 MCI 치료제와 달리 임상적 근거가 풍부하고 최근까지 지속적인 연구 결과가 도출되고 있어 경도인지장애 환자에 대한 예방 치료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며 "콜린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 중 일부만 가져와도 큰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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