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장민영 IBK기업은행 신임 행장의 출근이 노동조합의 반발로 사흘째 무산되며 첫 출발부터 거센 저항에 직면한 모습이다. 단순한 출근 저지를 넘어 총액인건비제를 둘러싼 구조적 갈등이 분출된 양상이라는 점에서 사안의 무게감이 크다는 평가다. 금융권에서는 장 행장이 취임 초기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가 노사 관계는 물론 임기 전반의 경영 안정성까지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장 행장은 전날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으로 출근하지 않았다. 지난 23일 첫 출근 당시 노조의 강력한 저지에 막혀 본점 진입이 무산됐던 상황을 의식해 충돌을 피한 행보로 풀이된다. 세 차례 연속 행장실 출근이 무산되면서 장 행장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노조 반발의 핵심 원인으로는 총액인건비제가 꼽힌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라는 지위에 따라 정부의 총액인건비 규제를 적용받고 있는데, 이로 인해 초과근무수당 미지급 등 임금 관련 갈등이 장기간 이어져 왔다. 기업은행 노조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직원 1인당 미사용 보상휴가는 약 35일에 달하며, 이를 수당으로 환산할 경우 1인당 약 600만원, 전체 규모는 약 780억원에 이른다. 노조는 이를 체불임금으로 보고, 총액인건비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기업은행 내부에서는 이번 행장 인선을 앞두고 임금·인건비 문제를 정부와 노련하게 협상할 수 있는 관 출신 인사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내부 출신인 김성태 전임 행장의 재임 기간 동안 정치적 영향력이나 대외 교섭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했고, 금융당국 기조에 순응한 탓에 구성원들의 요구사항이 제대로 관철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총액인건비제는 은행 내부에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기획재정부와 금융당국을 상대로 한 협상이 관건"이라며 "내부 직원들 입장에서는 정부와 교섭 경험이 많은 인사를 기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장 행장의 이력 자체도 반발 배경 중 하나로 거론된다. 장 행장은 기업은행 내부에서 주요 핵심 계열로 꼽히는 은행이나 증권, 보험이 아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자산운용 계열 대표를 지낸 뒤 행장에 올랐다. 앞서 기업은행 리스크관리그룹장(부행장), 강북지역본부장 등을 거쳤지만, 정책금융 집행과 대규모 조직 운영, 정부·당국과의 조율이 요구되는 국책은행 수장 역할을 수행하기에 경험이 충분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금융권에서는 장 행장이 취임 초기 현안과 관련해 어떤 로드맵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향후 기업은행의 경영 안정성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총액인건비제 문제를 두고 정부와의 협상 의지를 어떻게 보여줄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장 행장은 앞서 서울 중구 은행회관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융위와 협상을 진행 중이며, 아직 구체적인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하기는 이르지만 조속한 해결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행장 취임과 동시에 노사 관계가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으면서 경영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노조는 장 행장이 형식적인 수준의 대안을 내놓는 데 그칠 경우, 총파업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만족할 만한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며 "이미 노동 쟁의권은 확보한 상태로 행장의 대응에 따라 총파업도 검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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