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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장 공석 장기화…멈춰 선 정책금융 시계
한진리 기자
2026.01.21 07:20:16
리더십 공백에 인사·조직 개편 올스톱…생산적 금융 추진력 제약
이 기사는 2026년 01월 20일 08시 3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IBK기업은행 수장 공백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조직 전반의 금융 시계가 멈춰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행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된 지 3주차에 접어들었지만 차기 행장 인선은 여전히 윤곽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서다. 단기 과도기로 받아들여졌던 대행 체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정기 인사와 조직 개편 등 주요 현안이 줄줄이 밀리고 내부 피로감도 누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업은행이 중소기업·소상공인 정책금융 집행을 담당하는 국책은행이라는 점에서 수장 공백의 부담은 일반 시중은행보다 더 크게 체감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이달 2일 김성태 전 행장의 임기 만료 이후 김형일 전무이사 행장 직무대행(수석부행장) 체제로 전환됐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회가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지난해 말부터 내부 출신과 외부 관료 인사들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후보군 압축이나 인선 일정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아직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통상 대행 체제는 짧은 과도기로 인식되지만, 이번에는 공백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조직 내부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대목은 인사다. 기업은행은 매년 초 정기 인사와 함께 조직 개편을 단행해 왔지만 올해는 대규모 정기 인사와 조직 개편이 사실상 보류된 상태다. 임원부터 본부, 영업점에 이르기까지 인사 전반이 지연되면서 필수 보직 이동을 제외한 인사 밑그림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인사가 통상 행장과 함께 갈 진용을 꾸리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수장 부재가 인사 지연으로 직결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직 개편 역시 손을 대지 못하면서 정책금융 환경 변화에 맞춘 중소기업 금융 전략 조정, 디지털·AI 조직 재편, 리스크 관리 체계 보완 등 시급한 과제들이 모두 대기 상태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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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강조해 온 생산적 금융 이행을 위한 구체적 청사진도 아직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 김 직무대행은 이달 13일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 업무보고에서 2030년까지 300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지원 계획을 제시했지만, 해당 계획이 신규 사업 확대와 조직 재편을 수반하는 만큼 최종 결정권자인 행장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추진 속도와 범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사 갈등 봉합 역시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적합한 기업은행장 임명과 함께 총액인건비제로 인한 초과근무수당 미지급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국회의사당 정문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현안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협상 창구가 부재하다는 점에서 수장 공백이 갈등 장기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그래픽=구글 재미나이)

더 큰 문제는 수장 공백이 단순한 내부 불편을 넘어 정책금융 수행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기업은행이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 지원, 정부 정책 연계 사업, 위기 시 유동성 공급 등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수장 공백에 따른 의사결정 지연이 정책 집행의 속도와 방향성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이 때문에 행장 공백은 단순한 경영 공백을 넘어 국책은행으로서의 기능 수행 전반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장 체감도는 더욱 직접적이다. 행장 공백 여파로 직원 인사가 늦어지면서 보직 이동과 역할 조정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영업 부서를 중심으로 연초 영업 전략 수립과 실행 모두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장 인사 밑그림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연초 전략을 세우기도, 실행하기도 애매하기 때문에 새해 들어 사실상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주 해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만큼 기업은행장 인선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구체적인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조속한 임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대행 체제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인사와 조직 개편이 멈춘 채 정상화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조직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며 "이런 분위기에서는 구성원들의 업무 집중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신속한 임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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