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김성태 기업은행장의 임기 만료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차기 행장 인선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내부 출신 승진론과 외부 영입 가능성이 동시에 거론되는 가운데, 노동조합 반발과 정치적 부담이 겹치며 인선 구도가 예상보다 복잡해지고 있다. 임기 종료를 앞두고 노사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임명 절차 자체도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성태 기업은행장의 임기는 내달 초 종료될 예정이다. 차기 행장에 대한 윤곽은 이달 말께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검토되는 인물은 공개되지 않았다. 기업은행장은 시중은행과 달리 금융위원장이 후보를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김 행장의 연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금융권 전반에서 나온다. 기업은행 역사상 행장 연임 사례는 두 차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 행장 재임 기간 기업은행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올해 초 발생한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고가 연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기 행장으로는 내부 출신 승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최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모두 내부 출신 수장이 임명되면서, 일부에서는 국책은행 전반에 내부 안정형 인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산업은행·수출입은행과 기업은행은 노사 관계와 정치적 민감도에서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현재 내부 후보로는 김형일 기업은행 전무이사와 양춘근 전 IBK연금보험 대표가 하마평에 오른다. 김 전무는 전략기획과 글로벌사업, 경영지원 등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인물로 조직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 전 대표 역시 연금과 디지털금융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내부 출신 인사다.
앞서 내부 후보로 언급됐던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는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며 최근 후보군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선의 최대 변수는 노동조합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내부 출신 행장 선임 자체보다는, 현 체제가 반복될 경우 임금과 인사 등 구조적 현안이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내부 출신인 현 행장이 취임 이후 정치적 영향력이나 대외 협상력이 충분하지 않았고, 그 결과 금융당국 기조에 수동적으로 대응해 왔다는 인식이 노조 내부에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특수성에 맞게 임금체계와 구조적 현안을 개혁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며 "내부 출신 인사가 현 체제를 그대로 이어가는 방식으로 행장에 지명될 경우 전 직원이 참여하는 집단 행동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차기 행장이 직면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총액인건비 제도와 연계된 임금 문제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직원 1인당 미사용 보상휴가는 약 35일로, 이를 수당으로 환산하면 1인당 약 600만원, 전체 규모는 약 780억원에 달한다. 노조는 이를 사실상 체불임금으로 보고 총액인건비 제도의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대통령 측근이나 정치적 색채가 짙다고 인식되는 외부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기업은행장 인선은 내부 승진이든 외부 영입이든 어느 쪽을 택해도 갈등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융당국과 노조, 내부 조직을 동시에 설득할 수 있는 인물이 등장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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