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악전고투하던 삼성전자가 최근 전한 두 번의 대형 수주 소식은 분명 희망적이다. 지난주 테슬라, 이번주 애플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주 계약을 맺었다. 수년째 적자인 파운드리 사업부는 드디어 글로벌 빅테크와 연결고리를 맺었다. 업계 안팎의 평가도 고무적인데 실적개선에 대한 서광이 비추는 분위기다.
그러나 화려한 빅테크의 이름값과는 별개로 당장의 실익이 얼마나 될 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애플 씨모스 이미지센서(CIS)는 삼성이 수년 간 문을 두드려온 타깃이다. 당장 수주한 물량은 당초 기대보다 많지 않다.
통상 애플은 공급사에 일정 규모 이상의 물량을 맡기면 전용라인 구축을 요구한다. 자사 제품만 제조할 독점적 시설을 의미한다. 때문에 일정 수준의 매출이나 독점라인 요구가 없는 주문은 불안한 오더다. 현재까지 삼성은 이 요청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초기 공급물량도 삼성 CIS 공급망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을 만한 규모는 아니다. CIS 생산 공정 A파트를 맡고 있는 관계자는 "물량이 적어서 초기에는 A파트에서 기존처럼 멀티 벤더 체제를 유지하기보단 한 업체가 전담하는 솔벤더 형태로 정리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향후 계약 규모는 확대될 수 있을까. 쉽게 장담은 어렵다. 이번 수주는 삼성전자가 경쟁력을 갖춘 2억 화소 CIS 제품이다. 그런데 그간 애플에 CIS를 단독으로 공급하던 경쟁사 소니도 같은 스펙을 빠르게 개발하고 있다. 업계는 소니가 기술을 완성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로 본다.
앞서 테슬라로부터 받은 수주도 조심히 다룰 호재다. 수주액 22조원은 역사상 단일 최대 계약이다. 그러나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해당 물량이 생산되는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은 아직 수율이 낮아 생산 효율성이 떨어진다. 테슬라가 요구하는 생산량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 거란 예상이 나온다. 더 많은 웨이퍼를 투입하고 공정을 반복 가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삼성이 테슬라를 붙잡으려 마진폭을 지나치게 낮게 제시했다는 지적도 있다.
연이은 빅테크 수주는 주가를 치솟게 했다. 그러나 실제 숫자로 나타날 실적은 확신할 수 없다. 적자가 지속된 파운드리 사업부에 시장과 투자자들의 우려가 여전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빅테크 계약 호재는 수익성 측면에서는 부담스러운 도전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의 상황을 보다 긴 호흡으로 바라보라고 한다. 삼성은 단기 수익성을 양보하더라도 장기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시장 내 입지를 넓히는 일이다. 이번 수주도 다양한 고객군을 확보해 레퍼런스를 쌓는 과정이다. 장기 경쟁력을 키우려는 포석으로서는 훌륭한 진보다. 파운드리 공정은 가동률이 높아질수록 수율이 개선되는 특성을 가진다. 많은 물량을 소화할수록 생산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도 긍정적이다.
경쟁사인 TSMC의 캐파(생산능력)가 부족한 상황이다. 삼성의 약진은 그런 측면에서 더 빛을 발한다. 그간 빅테크는 TSMC 대응 여력이 부족해도 삼성전자에는 선뜻 물량을 맡기지 못했다. 레퍼런스 부족의 문제였다. 특히 수율이 낮다는 이미지가 굳어진 상황이라 삼성과 협업이 모험이 된 것이다. 삼성이 이런 환경에서 적극적인 수주에 나선 것은 이재용 회장을 수년간 괴롭혔던 법적 정치적 걸림돌이 사라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장기전에 돌입한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에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고객사와 신뢰를 쌓고 수주 물량을 꾸준히 늘린다면 수익성은 담보될 거다. 이재용 회장은 대법원에서 5년간 이어진 사법 리스크를 벗고 죄가 없다(Not Guilty)는 판단을 얻었다. 이 회장은 한국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한 미등기임원 신세다. 혐의를 벗었기에 오너라면 이제 장기 책임경영에 나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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