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삼성전자가 테슬라와 22조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급 계약을 맺었지만, 2나노 공정의 수율과 비용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이번 수주를 밀어붙인 것은 선단 공정 도입을 통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수주를 하던 과거와 달리 낮은 수율로 일부 비용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일단 수주 후 대규모 자금과 물량을 쏟아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전자는 3나노 이하 선단 공정에서 수율이 나오지 않으며 대형 고객사를 대만 TSMC에 대거 뺏기며 수조원대의 파운드리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수율이 확보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손실을 감안하더라도 일부 완성품을 만들어 고객사에 납품하는게 이익이라는 판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수주 물량에는 2나노 공정인 AI6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4나노 공정인 AI4가 일부 혼합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AI6을 미국 텍사스 테일러 팹에서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으로 양산할 계획이다. 양산 시기는 2027년 이후로 예상된다.
도조(Dojo) 시리즈의 경우 테슬라 측에서 최근 A16과 도조 시리즈를 통합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만큼 이번에는 따로 수주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삼성전자의 실제 생산 규모가 향후 몇 배 더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 만큼, 도조 시리즈까지 확장한 추가 협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평가다.
물론 이번 수주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남는 장사'는 아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번 수주를 따내기 위해 테슬라 측에 TSMC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크고, 수율 문제도 존재해 마진율에 있어서 TSMC보다 불리하다. 최근 2나노 수율이 많이 오면서 40%를 넘겼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올해 연말까지 60% 이상을 목표로 잡은 만큼 수율 개선은 진행 중인 상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은 올 초 기준 20%대에서 현재 30%대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TSMC의 2나노 수율은 60~7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대규모 비용도 감당해야한다. 실제 차세대 극자외선(EUV) 기술인 '하이-NA'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이-NA는 대당 5000억원에 달하는 EUV 장비로, 기존 장비(2000~3000억원)보다 투자 부담이 크다.
앞선 관계자는 "그동안 하이-NA 기술은 가격 대비 효율성이 낮다는 평가가 많아 본격적으로 채택하기에는 리스크가 컸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성능이 개선됐다는 소식이 잇따르면서 주요 기업들의 관심이 급격히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하이-NA를 시범 운용하며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TSMC가 생산을 맡은 도조2의 물량이 삼성전자에 분배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AI6 양산 전에 굳이 도조2를 이원화할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 도조2의 물량이 삼성전자에 넘어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보통 테슬라가 공급 업체별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경우에는 이원화를 진행했던 사례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최근 SNS를 통해 'AI4·AI6은 삼성전자, AI5는 TSMC가 생산할 것'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내부에서는 당장의 수익성 보다는 고객사 확보에 좀 더 초점을 두는 분위기다. 회사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근 수주 대응 전략이 바꼈다"며 "예전에는 수율을 올린 뒤 납품하는 게 기본이었다면, 현재는 수율이 낮아도 일단 대량 생산해 고객사가 제시한 물량(양품칩 수)을 어떻게든 맞춰 공급하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수율이 높아질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는 상황이고, 이번 테슬라 수주 역시 당장 수익성에 기여하기 어렵다는 걸 감안한 결정"이라며 "무엇보다 파운드리 수율은 가동률이 높아질수록 자연스레 개선되는 측면이 있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뿐 아니라 메모리사업에서도 '올해 물량을 대규모로 투입하겠다'는 기조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경쟁사인 마이크론의 행보와도 유사한 흐름이다. 마이크론 역시 수율이 낮아 폐기되는 칩이 많아도, 일단 엔디비아 등 고객사가 요구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물량을 맞추기 위해 비용 부담을 감수하며 생산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한편 이번 수주로 인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TSMC 고객사들의 '플랜B'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향후 고객사 확보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신영증권은 "삼성전자는 3나노 미만 파운드리 경쟁에서 저점을 통과하고 있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경쟁사의 캐파(CAPA, 생산 능력)가 사실상 한계에 도달한 상황을 감안하면, 삼성전자는 제2의 선택지로 반사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위치에 다시 올라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변화는 삼성 파운드리 생태계 전반에 재평가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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