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삼성전자의 씨모스 이미지센서(CIS)가 애플 아이폰 공급망에 본격 진입한다. 그간 애플의 CIS는 일본 소니가 단독으로 납품을 하고 있었지만 최근 애플이 CIS 화소 영역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삼성전자에게도 기회가 왔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6일(현지 시간) 미국 내 1000억달러(138조50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과 주요 협력사 명단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애플의 차세대 칩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서 생산한다. 애플 측은 "삼성과 전 세계 최초로 사용되는 칩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 기술을 미국에 먼저 도입해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 제품의 전력과 성능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어떤 칩을 공급하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해당 칩이 아이폰용 씨모스 이미지센서(CIS)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동안 애플의 CIS는 일본 소니가 단독으로 공급해왔는데, 애플이 공급처 다변화를 시도하면서 삼성전자에게도 기회가 열린 것이다.
회사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양사 간 논의가 진행됐고 올해 들어 구체화됐다. 현재로서 첫 양산 시점은 내년 3월로 파악된다. 당장 1~2년 안에 의미있는 수준의 매출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삼성전자의 CIS는 화소 면에서는 기술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 2021년에는 자사 CIS 브랜드 '아이소셀'을 업계 최초로 2억 화소까지 구현한 바 있다. 다만 소니 대비 저조도 환경에서 고화질 이미지를 촬영하는 기술력이 부족해 납품이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의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 후면 카메라는커녕 비교적 기술 난이도가 떨어지는 전면 카메라도 공급하기 어려웠다.
소니의 견제가 심했던 점도 삼성전자의 납품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 LSI 사업부 한 관계자는 "소니는 애플이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공급망에 포함시키지 않도록 삼성전자 제품을 비판하거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방해 전략'이 심한 회사"라며 "이 때문에 애플 측에서는 원가 절감을 위해 벤더를 다변화하려는 의지가 강함에도 불구하고 공급망에 진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애플이 아이폰에 채용하는 CIS 화소 영역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삼성전자에게도 기회가 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그동안 5000만 화소 CIS를 아이폰 메인 카메라에 채용해 왔는데, 최근 스마트폰 업계에서 초고해상도 카메라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애플도 2억 화소 CIS의 비중을 늘리려는 니즈가 생겼다"고 말했다. 당장 삼성전자만 해도 지난 2월 출시한 갤럭시 S25 시리즈에 이어 갤럭시 Z플립과 폴드 신제품에도 2억 화소 CIS를 메인 카메라에 채용한 바 있다. 그간 갤럭시 Z 시리즈에는 5000만 화소 광각 카메라만 사용돼 왔다.
이 가운데 애플의 솔 벤더였던 소니는 아직 2억 화소 CIS를 개발 중인 단계에 머물러 있어, 삼성전자와 손을 잡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선 관계자는 "소니도 현재 2억 화소 CIS 개발에 착수했으며, 개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일단 삼성전자와 일부 물량부터 먼저 시작하려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CIS 업체들의 기술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시장 점유율이 위축되고 있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출하량 기준 삼성전자의 CIS 점유율 순위는 4위로, 전년(2위) 대비 두 계단 내려왔다. 동시에 2, 3위는 중국 CIS 업체인 갤럭시코어와 옴니비전이 각각 차지했다.
특히 옴니비전은 삼성전자의 CIS 주요 고객사들의 수주 물량을 조금씩 차지하고 있었다. 앞선 관계자는 "과거 중국 옴니비전의 CIS는 품질 면에서 열세했으나, 현재는 대부분의 문제를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여기에 가격까지 저렴하다보니 삼성전자에 배정해온 수주 물량을 일부 옴니비전에 넘겨주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렇다보니 삼성전자 CIS 가동률이 저조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수주를 통해 삼성전자의 CIS 경쟁력에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오랜 적자로 삼성전자를 괴롭혔던 파운드리 사업부의 실적 개선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대형 고객사가 부족한 탓에 올해 상반기에만 4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낸 바 있다.
물론 수주 물량은 당장 큰 규모는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애플은 일정 규모 이상의 물량을 납품 받을 경우 공급 업체에 '전용 라인'을 구축할 것을 요구한다. 애플은 공정 과정에서 가능한 한 자사 웨이퍼만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앞선 관계자는 "전용 라인을 구축하라는 통보를 받으면, 일정 수준의 매출이 보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하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이러한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협력사와 관련된 사항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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