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감염성 실험동물의 질병 진단 과정에서 선별검사와 확진검사를 엄격히 구분하는 표준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과거 국내 한 국책기관이 영장류 검역 중 효소면역측정법(ELISA) 결과만으로 수백 마리를 살처분한 사례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동물실험 윤리와 경제적 측면에서도 심각한 오류였다는 비판이다.
권명상 강원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는 15일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바이오 에볼루션 2026' 포럼에서 "영장류는 바이오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인체 반응과 가장 유사한 모델인 만큼, 질병 판정에도 보다 엄격한 과학적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비(B)바이러스를 포함한 5개 주요 바이러스의 병인과 확진 절차를 설명하며, 잠복 감염 가능성이 있는 질환일수록 선별검사 결과만으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국내 모 국책기관이 수입 영장류 340마리를 검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적절한 조치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당시 해당 기관은 1회 ELISA 양성 반응만으로 개체 적합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으며, 추가 ELISA 검사와 웨스턴블롯(Western blot), PCR(유전자증폭검사) 등 검증 절차를 생략한 채 전량 살처분 조치에 나섰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당시 사용된 엑스프레소바이오(xPresso BIO) 키트는 통합 진단 패널 성격의 '선별용' 도구였다"며 "다양한 바이러스가 혼재한 상황에서 교차반응이나 위양성(가짜 양성)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채 내린 비과학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의사결정"이라고 규정했다.
국제 기준과 비교해도 이런 판단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권 교수의 시각이다. 그는 미국 국제실험동물연구소협의회(ILAR), 유럽 실험동물과학회연합(FELASA),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의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제시했다.
권 교수는 "국제 기준은 ELISA 단독 진단을 지양하고 반드시 추가 확진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며 "위양성 가능성과 추가 유전자 검증 필요성을 무시한 채 납품된 영장류 전체의 적합성을 문제 삼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경제적 피해도 막대했다. 권 교수는 "추가 확진검사를 수행했더라면 비용은 수백만원 수준에 그쳤겠지만, 이를 생략하면서 전량 교체와 후속 조치로 인해 약 3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확한 진단은 동물복지와 경제성을 동시에 지키는 문제"라며 "국내 검역당국이 중심이 돼 국제 표준을 바탕으로 한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하고, 진단 전문가 확보와 정기 교육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이번 사례는 선별검사와 확진검사를 혼용할 경우 과잉 조치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정부 차원의 검역·진단 단계 표준화를 통해 후속 검증 절차를 제도화해야 불필요한 살처분을 줄이고, 연구 신뢰성과 공급망 안정성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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