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이동통신 3사가 SK텔레콤 사이버 침해사고 이후 인공지능(AI)에서 통신 부문으로 다시 전장을 옮기고 있다. 통신시장 점유율 1위인 SK텔레콤 가입자가 타 통신사로 대거 이탈한 뒤로 판촉비 경쟁이 본격 심화할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주 수익원인 통신 부문이 내수시장에서 치열한 '땅따먹기식' 경쟁을 지속 중인 점을 고려하면, 한 기업의 영업 강화는 곧 업계 전반의 마케팅 경쟁으로 직결되는 셈이다. 이통 3사 모두 AI 부문에서 아직 이렇다할 수익성을 입증하지 못한 만큼, 올 하반기 단통법 폐지에 발 맞춰 본격적인 '통신 제로섬' 게임에 돌입할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는 최근 SK텔레콤 사이버 침해사고 이후 통신시장 점유율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면서, 가입자 회복 혹은 반등을 위한 마케팅 전략을 강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이 업계는 최근 수년간 '탈(脫)통신' 기조 아래 AI 사업 경쟁을 이어왔다. 매년 AI 투자 규모를 확대하며 사업 비중을 꾸준히 늘려왔지만, 글로벌 빅테크와의 기술 격차가 크고 이렇다할 수익 구조도 부재해 전체 매출 비중은 여전히 10%대 내외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올 4월 SK텔레콤 사이버 침해사고 이후 통신시장 점유율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나면서, 주 수익원을 유지 혹은 강화하기 위한 시장 경쟁이 본격 심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통신서비스 가입현황에 따르면 '전통 강호' SK텔레콤은 올 1분기 기준 고객용 휴대폰 회선수가 2272만9085개로 전년말 대비 소폭 감소하면서 점유율 40%대를 겨우 지켜냈다. 같은 기간 KT와 LG유플러스의 고객용 휴대폰 회선수는 각각 1315만6662개(23.31%), 1080만3022개(19.13%)로 2, 3위를 유지했다.
다만 올 4월 사이버 침해사고에 따라 2분기 회선수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SK텔레콤의 경우 타 통신사로 이동한 이탈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40%대 점유율' 붕괴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실제 SK텔레콤이 사이버 침해사고를 신고한 4월 22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총 79만3187명의 가입자가 타 통신사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KT는 41만8817명, LG유플러스는 37만4370명의 번호이동 가입자가 유입됐다. 장기간 굳어진 'SK텔레콤 독주체제'에 일부 균열이 생긴 셈이다.
통신업이 여전히 각 사의 주 수익원인 점을 고려하면, SK텔레콤으로선 점유율 회복을, KT·LG유플러스로선 가입자 반등을 꾀해야 하는 시점인 셈이다. 특히 이달 말 단통법 폐지로 판매보조금 상한이 무효화되면 가입 유치 경쟁이 대폭 심화할 전망이다. 그동안 'SK텔레콤 위약금 면제' 소식 등으로 반사이익을 얻어온 KT·LG유플러스에 이어, SK텔레콤까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여건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이미 SK텔레콤은 멤버십 혜택을 대폭 확대하며 가입자 유치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에는 SK텔레콤이 단통법 폐지에 발맞춰 막대한 판매장려금을 준비 중이란 후문도 전해진다. SK그룹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사이버 침해사고 이후 재무부담이 크게 가중된 만큼,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판매장려금을 대폭 끌어올릴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며 "기존 이탈자에 이어 신규가입 일시 중단까지 여러 이슈와 이에 따른 여파를 고려하면, 고객 혜택을 큰 폭으로 늘리는 데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 SK텔레콤이 판촉비 경쟁에 불을 지피기 시작하면, 이통업계는 '통신 제로섬' 게임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통 3사 점유율 추이가 어느 정도 굳어지고 5G 전체 가입자도 정체 상태에 이르면서 시장이 한동안 잠잠했는데, 사이버 침해사고 이후 번호이동이 급증하면서 2, 3위 통신사에도 반등 기회가 주어졌다"며 "좀처럼 오지 않는 기회인 만큼, 네거티브 마케팅도 불사하며 가입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공세에 맞서기 위한 SK텔레콤의 공격적인 마케팅 역시 불가피해졌다"며 "영업이익 둔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통신시장 경쟁에 다시 한 번 불이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도 "AI 수익이 여전히 미미한 상황 속 5G 가입 둔화세까지 이어지며 사실상 정체기에 가까웠다"며 "올 하반기 본격화될 통신 가입자 유치 경쟁 결과에 따라 단기 수익은 물론, 중장기 AI 투자 여력까지 내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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