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택지 개발 사업 구조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LH의 '택지 조성 후 택지 매각' 구조를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면서다.
이에 따라 LH가 향후 택지를 민간 건설사에 매각하는 구조 대신 직접 시행을 통한 공급이나 임대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비공개 회의에서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LH의 택지 개발 방식에 대해 직접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함께 LH 등 공공기관도 국무회의에 참석하도록 지시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15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며 대통령이 '구조적이고 대대적인 LH 개혁 의지'를 주문했다고 전했다.
LH는 그간 공공택지를 조성한 뒤 이를 민간 건설사에 매각해 왔으며, 건설사는 낙찰받은 택지를 바탕으로 자체 공사를 진행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를 유지해왔다. 이 과정에서 LH가 입찰 경쟁을 유도하며 택지 매각가를 높이는 구조가 고착됐고, 결과적으로 분양가와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LH의 주택 공급 패러다임 중 하나인 '택지 개발을 통한 민간 분양'은 축소되고, '공공 임대'나 '공공 분양' 방식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LH 내부에서는 이 같은 구조 변화가 재무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LH는 택지 매각을 통해 얻는 수익으로 손실보전사업 적자를 일부 상쇄하고 있는데, 택지개발 사업을 임대나 공공 공급 중심으로 전환할 경우 적자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손실보전사업은 ▲공공주택 건설 ▲산업단지 개발 ▲공공주택 관리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혁신도시 개발 등 5개 부문으로 공익적 성격이 강하다. 지난해 LH의 손실보전사업 매출은 11조원으로 전체 매출의 70.7%를 차지했으나, 영업이익률은 –6.9%로 2022년부터 3년 연속 적자(-8.5% → –16.9% → –6.9%)를 기록했다.
반면 신도시 조성, 택지 개발, 도시개발 등 일반사업 부문은 수익성이 높아 LH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로 일반사업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최근 3년간 각각 27.6%, 29.1%, 25.8%로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택지개발사업과 같은 일반사업 부문을 축소하고 손실보전사업을 확대할 경우, 전체 손실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에 더해 정부는 매년 약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LH의 재정 부담을 일부 보전하고 있다. LH의 사업 구조가 공공 부문 중심으로 재편되면, 늘어난 재정 부담이 다시 정부로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대통령의 지적이 최근에서야 제기된 만큼, LH 내부에서 구체적인 사업 방안이 논의되는 단계는 아니다. 국토교통부 장관 임명에 이어 오는 11월 예정된 LH 사장까지 교체된 이후, 중장기 사업구조 재편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주택 원가가 크게 올라 분양주택도 대부분 적자를 보고 있고, 임대주택은 구조적으로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여기에 택지 매각까지 중단되면 매년 수조원대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를 결국 정부 재정으로 메워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쉽사리 구조 변경에 나서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LH 내부에서는 재무적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전문가들은 공공 주도의 공급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수요자 측면에서 실제로 이러한 공급이 시장의 수요와 맞물려 충분한 정책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도 제기된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처럼 민간이 원자잿값·인건비 상승과 시장 불확실성으로 공급을 꺼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LH를 통해 저렴한 가격의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긍정적인 방향"이라며 "다만 LH가 모든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또 브랜드 선호도 측면에서 민간 아파트를 원하는 실수요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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