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이재명 정부의 첫 주택 공급 대책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재무 부담에 짓눌리는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공공택지를 민간에 팔지 않고 자체 개발해야 하는 것은 물론, 기존에 진행 중이던 지방 미분양 아파트 매입 정책까지 강화되면서 재무적 이중 부담이 더해지고 있어서다. LH의 부채만 160조원에 달하면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혁신해야 할 대표적인 공기업으로 지목됐었지만 재무상황이 오히려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LH는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 2차 사업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LH는 지방의 역대 최대 수준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해 올해 3000가구, 내년 5000가구 등 총 8000가구를 매입해 임대 또는 분양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전인 올해 3월에는 1차 공고가 마무리 됐다. 1차 매입에서는 3536가구가 신청했지만 심의를 통과한 물량은 733가구다. 지역별로는 부산 352가구, 충남 92가구, 대구 91가구 등이었다.
주목할 부분은 정부가 바뀌었지만 LH의 지방 미분양 아파트 매입 정책이 단순 유지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확대 시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정책은 윤석열 정부 시절 시작됐지만 정부는 지방의 미분양 물량이 역대급 수준임을 고려해 매입 물량과 매입 가격 상한율을 높이는 등 지원 규모를 늘리고 있다.
이와 별개로 이재명 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의 핵심으로 LH가 직접 시행을 맡아 2030년까지 7만5000가구 이상을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결국 LH는 기존에 추진 중이던 미분양 매입 정책과 신규 공급 확대 정책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문제는 LH의 재무 상황이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LH의 총부채는 160조원을 넘어 1년 새 7조원 이상 증가했다. 최근 몇 년간 산업단지 개발, 임대주택 건설 등 대규모 정책사업 추진으로 차입과 부채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이들 사업은 구조상 수익 창출이 어렵고 매년 유지·관리 비용이 발생해 적자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말 연결 기준으로 순차입금은 93조원, 부채비율은 217.7%, 차입금 의존도는 41.7%에 달하며 재무 부담이 과중한 상태다. 이재명 정부의 LH 개혁이 진행된다면 수익성이 높은 택지 매각 등 일반사업은 줄어들고, 구조적으로 적자가 불가피한 손실보전사업이 확대된다. 결과적으로 정책 방향 자체가 LH의 적자 구조를 더욱 강화하는 셈이다.
LH의 사업은 크게 일반사업과 손실보전사업으로 나뉜다. 손실보전사업은 ▲공공주택 건설 ▲산업단지 개발 ▲공공주택 관리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혁신도시 개발 등 공익적 성격이 강한 5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손실보전사업 매출은 11조원으로 전체 매출의 70.7%를 차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6.9%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신도시 조성, 택지 개발, 도시개발 등 일반사업 부문은 최근 3년간 영업이익률이 27.6~29.1%로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보였다. LH가 수익성이 높은 일반사업을 줄이고 손실보전사업을 확대하게 된다면 구조상 적자가 한층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지방 악성 미분양 주택 매입까지 확대될 경우 추가 재정 투입은 사실상 불가피하다. 2차 매입 규모를 단순 계산하면 약 3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을 기준으로 지난달 전국 민간 아파트 1㎡당 평균 분양가는 약 587만2000원 정도다. 이를 전용 면적에 대입하면 전용 59㎡ 아파트는 약 3억4700만원, 전용 84㎡는 약 4억9300만원으로 추정된다. 1가구당 중간값을 4억5000만원으로 잡아서 계산을 해본다면 2차 매입 규모의 총 비용은 약 3조6000억원에 달한다. LH가 분양가의 상한 90% 기준으로 매입할 방침인 만큼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을 위해 3조원을 소요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결국 LH가 이재명 정부의 공급 확대로 기존 손실보전 수단이 제한된 상황에서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이 맞물리면서 재정 부담이 한층 가중되게 된다. LH가 단순한 적자 확대를 넘어 전체 재무 안정성에도 심각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LH 관계자는 "1차 매입 물량에 대해서는 현재 감정평가가 진행 중"이라며 "지방 미분양 물량을 매입해 임대·분양으로 전환할 계획으로 손실 보전을 위해 어느 정도 수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주택 위주로 매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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