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택지 개발 방식이 민간 건설사 매각이 아닌 직접 시행이나 임대 중심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LH의 '택지 조성 후 택지 매각' 구조를 집값 상승의 주 원인으로 지적하면서다. LH 주택 공급 패러다임의 변화가 예고 되면서 업계에서는 공공 임대나 분양 방식이 분양가를 낮출 수 있어도 수요 확대를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그 동안 공공택지 개발 모델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중견 건설사들의 수익성 악화도 덩달아 우려되는 부분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비공개회의에서 LH의 '택지 매각 구조'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대통령은 "LH가 입찰 경쟁을 통해 택지 매각가를 끌어올리고, 이것이 분양가 및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15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며 대통령이 '구조적이고 대대적인 LH 개혁 의지'를 주문했다고 전했다.
현재의 공공택지 개발 모델은 건설사 입장에서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다. LH로부터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부지를 확보한 뒤, 개발부터 시공, 분양까지 자체사업 방식으로 추진하기 때문에 도급사업보다 수익률이 좋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정비사업에서 대형 건설사에 비해 시공 경쟁력이 약한 중견 건설사들은 이 방식을 통해 외형 성장을 이뤄왔다. 호반건설, 우미건설, 대방건설 등 시공능력평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중견 건설사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부가 LH 개혁 의지를 밝히면서, 공공택지에 의존해온 중견 건설사들의 택지 개발 사업 모델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LH의 공급 물량이 축소될 경우 신규 사업 확보에 차질이 생기고, 실적 둔화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 움직임에 대해서 중견 건설사의 생존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민간 분양의 한 축이었던 택지 개발 사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수익 창출 여력이 훼손될 수 있다. 이에 사업모델 재편이나 신사업 진출 압박이 커지지만, 중견 건설사 입장에서는 신사업을 발굴할 자본력이 부족한 만큼 생존 위협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천일 강남대학교 부동산건설학과 교수는 "공공이 택지를 직접 공급하게 되면, 이를 주력 사업으로 삼아온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핵심 먹거리를 잃게 되는 셈"이라며 "이는 세력이 큰 공공기관이 민간 시장을 잠식하는 '크라우딩 아웃(crowding-out)' 효과를 내며 건설업 침체로 위기를 겪고 있는 건설사들이 더욱 시장에서 밀려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공택지의 수요 경쟁력 강화 및 주택 브랜드의 다양성을 위해서는 공공택지를 민간 분양 방식으로 공급하는 현재의 사업 방식의 실효성 역시 강조되고 있다. 수도권 외곽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공공택지를 보다 경쟁력 있게 개발하기 위해 민간 건설사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공이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더라도 반드시 수요가 따라붙는 것은 아니다"며 "공공택지는 대체로 외곽에 위치해 직주 근접성이 떨어지는데 건설사가 각자의 매력있는 주택 브랜드를 입혀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공공임대 및 분양주택은 수요가 제한적이여서 공실 위험과 낮은 청약 경쟁률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며 "공공 분양을 한다면 물론 분양가 인하 효과를 낼 수는 있지만, 수요 확대를 보장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정책 방향은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한 채, 공급 주체를 단번에 공공으로 전환하려는 조치로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급 확대나 물가 안정이 우선돼야 하며, 기존의 공공택지의 민간 분양 구조를 유지하되 분양가 상승을 억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병행하는 방식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지적이다.
강정훈 국민대 부동산법학 겸임교수는 "최근 분양가 상승은 건설사가 인위적으로 띄운 것이 아니라, 원자재 가격 급등과 인건비 인상 등 외부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정부의 직접 공급을 통한 분양가 통제보다는 물가 안정과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은 시장의 공정한 관리자로서 역할을 해야하며, 직접 공급을 통해 가격을 통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공공택지에 이미 분양가상한제 같은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데 이 같은 규제가 차라리 현재의 민간 분양 시장을 유지하면서 분양가 상승 억제에 실효성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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