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우리자산신탁이 부실채권 규모가 1년 새 18배 넘게 늘면서 부실자산 비율이 70%를 넘어섰다. 대출채권을 포함한 보유자산 중 70% 정도가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 국내 부동산 신탁사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 같은 부실채권 급증은 책임준공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사업장이 늘어나면서 미회수 가능성이 높은 신탁계정대가 급증한 탓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우리자산신탁의 고정 대출채권은 1040억원으로, 전년 동기(56억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고정 대출채권은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이 된 대출채권으로, 회수가 어렵다고 분류한다.
우리자산신탁의 고정 대출채권 급증은 고정이하자산 규모를 키웠다. 고정이하자산은 부실채권, 미수금, 대지급금 등을 포함한 부실자산으로, 국내 신탁사의 평균 고정이하자산 비율은 56.9%지만 우리자산신탁은 76.4%를 보였다. 이는 1년 전(19.1%)에 비해 크게 늘었으며, 국내 부동산 신탁사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 같은 부실 자산 규모 확대 배경은 부실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사업의 여파가 컸다. 책준형 토지신탁사업은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시공사의 책임준공기한보다 6개월이 지난 시기까지 신탁사가 책임준공을 약정하는 사업이다. 시공사가 책임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신탁사가 공사 정상화를 위해 직접 자금(신탁계정대)을 투입한다.
최근 건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부도 또는 경영난을 겪는 시공사가 늘어나자 우리자산신탁의 신탁계정대가 늘었다. 우리자산신탁도 지난해 3분기 기준 신탁계정대가 2164억원이였으며, 전년 동기(783억원)에 비해 176% 늘었다.
문제는 책준형 사업장의 경우 신탁사가 자금 상환 순위가 후순위인 만큼 기투입한 신탁계정대가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에 책준형 사업장에 투입된 신탁계정대가 고정 이하 대출채권으로 분류되면서 우리자산신탁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우리자산신탁이 13곳의 책준형 사업장을 보유한 가운데 경기 용인시 충덕천동 근린생활시설 등 4곳이 시공사 책임준공의무가 미이행된 상황으로, 자금 투입 의무가 생겼다. 우리자산신탁은 총 1635억원의 PF대출자금을 투입했으며, 이중 대부분이 미회수 가능성이 높다고 분류됐다.
이에 대해 우리자산신탁 관계자는 "책준형 사업장에 투입되는 신탁계정대에 대해서는 건전성을 일괄 보수적으로 '고정'으로 분류하고 있고 충당금도 40% 가까이 쌓고 있다"며 "고정으로 분류된 비율이 높다고 해서 부실자산 1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책임준공형 사업장을 꾸준히 정리해 나가면서 우발채무 리스크를 관리 중"이라며 "부실채권 실제 손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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