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한국 상장기업이 자본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 해소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산 처분이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자본관리를 실행해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믹소 다스 JP모건 아시아 주식 전략가는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캐피탈 마켓 콘퍼런스 2024'의 첫 세션 '밸류업 코리아' 강연에서 "한국 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미국 등과 비교해 밀리지 않지만 주가는 저평가되고 있다"며 "그 원인은 기업의 비효율적 자본관리"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 기업은 자본 관리 및 최적화에 집중하지 않는다"며 "한국의 투하자본이익률(ROIC)은 어느 부문이든 글로벌 시장의 동종업계 평균보다 계속해서 낮았다"고 덧붙였다. ROIC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위해 투자한 자본의 효율성을 평가하는 지표를 말한다.
한국의 ROIC는 6.3%로 글로벌 평균인 9%를 밑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해 믹소 다스 전략가는 "한국의 ROIC가 기업의 자산 처분 및 자사주 매입‧소각 등으로 글로벌 평균까지 높아진다면 주가가 지금보다 60%가량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믹소 다스 전략가는 배당을 비롯한 주주환원 정책도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짚었다. 한국 기업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의 비율)은 대체로 15% 수준인데 미국‧일본의 30%, 유럽의 45%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사례도 제시했다.
그는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역시 글로벌 수준보다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에서 매긴 지배구조 점수를 살펴보면 한국은 26%로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믹소 다스 전략가는 정책 측면에서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보였다. 그는 "배당소득세가 완화된다면 소액투자자를 유치하고 기업 경영진과 (소액 주주의) 이해 상충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믹소 다스 전략가는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된 올해 1~2월에 한국의 저평가 주식에 대한 외국인투자자 매수가 급증했고 이후 유입이 안정화됐으나 자금이 유출되진 않았다"며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초기에 단기 자금이 들어왔다면 그 뒤 장기 지향 자본이 한국 시장에 투자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밸류업 코리아 세션에서는 박민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정지헌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 상무, 이부연 한국거래소 미래사업본부 상무, 이창화 금융투자협회 전무도 강연자로 참여해 밸류업 프로그램에 관련된 다양한 내용을 발표했다.
그 뒤 이어진 강연자 토론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과를 중장기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상장기업 대상의 규제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는 시선도 제기됐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벨류업 프로그램은 한국 기업 주가에 기초여건 가치(펀더멘털 밸류)를 제대로 반영하는 첫 발자국"이라며 "일본의 주가 부양책이 성공사례로 꼽히지만 그곳도 일본 중앙은행에서 주식 매입을 통해 증시를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처음 제시됐을 때는 주가 부양과 자본시장 선진화가 취지였는데 지금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나 규제 강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의 목적을 명확하게 해준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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