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총주주환원율 제고라는 금융지주 밸류업 계획이 순탄히 이뤄지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수익성과 자본비율이 적정 수준 이상을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자기자본이익률(ROE)과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꾸준히 유지되지 않는다면 주주환원 제고 효과도 무색해질 수 있다.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순이익의 50%를 주주환원해도 정작 실질 주주환원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또 CET1비율이 하락할 경우 건전성 후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지주의 밸류업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기 위해 가장 중요시되는 요인이 위험가중자산(RWA) 관리다. 금리인하 기조에 은행의 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RWA 관리를 통해 자본비율 유지와 수익성 제고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는 밸류업 계획을 통해 CET1비율 목표로 13% 이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KB금융지주는 CET1비율을 연간 13% 중반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신한금융지주는 13% 이상을, 하나금융지주는 13.0%에서 13.5% 구간 유지, 우리금융지주는 13%를 타깃으로 삼았다.
CET1비율은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 계획에 일종의 기준점으로 작용한다. 손실흡수능력을 고려해 적정 자본비율을 유지해야 하는 금융지주들은 목표 CET1비율을 초과하는 잉여자본에 대해 주주환원의 재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올해 9월 말 기준 주요 금융지주의 CET1비율은 KB금융이 13.85%로 가장 높았고 신한금융 13.15%, 하나금융 13.17%, 우리금융 12.0% 등이다. 우리금융을 제외하면 3개 금융지주 모두 목표로 삼은 수치를 충족하거나 상회하는 수준이다.
적정 자본비율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RWA 관리를 꼽았다. 총자본에서 보통주로 조달되는 자본의 비율을 뜻하는 CET1비율은 보통주자본을 RWA로 나눈 값이다. 이 때문에 이 비율을 높이거나 유지하기 위해선 분자가 되는 보통주자본을 늘리거나 RWA 증가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위험가중자산은 자산별로 위험가중치가 차등 적용되는데, 거래 상대방의 신용도와 위험, 그리고 은행의 자산에 대한 신용위험에 따라 구분된다. 예컨대 주택담보대출과 개인신용대출의 경우 담보의 유무와 개인의 상환능력, 소득의 변동성 등을 감안해 주택담보대출보다 개인신용대출이 높은 위험가중치가 매겨진다. 자산 규모가 같더라도 위험가중치가 높은 자산 비중이 높다면 CET1비율도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되는 셈이다.
금융지주의 주력 계열사인 은행들이 대출을 통한 이자수익이 주 수익원인 만큼 대출자산 확대 과정에서 RWA 증가는 불가피하다. 그런데 밸류업 계획을 계기로 RWA 증가율 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 처했다.
실제로 주요 금융지주는 향후 RWA 증가율을 4~5% 내외 수준에서 관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KB금융의 경우 과거 10년간 평균 RWA 증가율은 6.1%였는데 앞으로 이보다 낮은 5% 내외 수준에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5%와 4%를 제시했고, 하나금융은 명목 GDP 성장률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명목 GDP가 연평균 5.7%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하나금융 역시 5% 수준으로 RWA를 관리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밸류업 계획 실행을 위해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에서 RWA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앞으로는 공격적인 대출 확장을 통한 성장보다는 RWA 기반의 자본 수익성 중심의 성장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