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올해 3분기 실적 발표와 동시에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도 제시했다. 세부 계획에서는 금융지주별로 차이가 있지만 수익성을 확대하면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을 현재보다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는 방향성은 일치했다.
눈길을 끈 점은 총주주환원율 목표치다. KB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를 제외한 다른 금융지주사는 중장기 총주주환원율 목표를 50%로 설정, 현재 30%대 수준에서 10%포인트(p)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총주주환원율 50%' 공통 타깃
현재 주요 금융지주의 총주주환원율은 대부분 30%대 수준이다. 2023년 기준으로 KB금융은 38.6%로 가장 높은 수준이었고, 신한금융 36.0%, 우리금융 33.7%, 하나금융 32.7% 등이었다.
지방은행 금융지주의 경우 BNK금융지주 28.5%, DGB금융 28.8%로 20%대 수준으로 집계됐다. JB금융지주만 33.5%로 시중은행 금융지주와 비슷한 수준의 주주환원율을 기록했다.
올해 발표한 밸류업 계획에서 대부분의 금융지주가 3개년 계획에서 최종 총주주환원율 목표를 50%로 제시한 것을 감안하면 최소 11.4%p에서 최대 21.5%p까지 주주환원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현재 주주환원율과 목표치 간극이 상대적으로 큰 금융지주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하지만 금융지주는 수익성을 제고하면서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소각과 분기균등배당을 병행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면서 밸류업 계획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했다.
이를 위해 안정적인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기반으로 수익성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을 10% 이상으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대부분 1배를 크게 하회하고 있는 금융지주로서는 PBR 1배까지 자사주 매입소각을 위주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적정 자본건전성 유지·주주환원 '두 마리 토끼'
시장에서는 금융지주의 총주주환원율 50% 목표와 관련해 금융당국에서 요구하는 자본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주주들의 주주환원 만족도까지 충족시킬 수 있는 최대한의 수치라고 해석하고 있다. 회사 성장과 주주환원 한쪽에 쏠리지 않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라는 것이다. 한쪽에 비중을 더 둘 경우 다른 한쪽에 소홀하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판단도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익의 절반은 주주환원하고 절반은 다시 자본에 넣어 자본비율 권장 수치도 지킬 수 있는 일거양득의 방안"이라며 "비중이 주주환원이나 재투자 한쪽에 쏠리게 되면 필연적으로 비중을 작게 책정한 다른 한쪽에 대해선 왜 소홀하냐는 비난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총주주환원율 목표가 50%를 초과하거나 미달한 모든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판을 회피할 수 있는 구간이라는 설명이다.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는 손실흡수능력을 위한 자본비율 제고를 강조하고 있고, 주주들은 금융주 저평가 구간에서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요청하고 있다"며 "총주주환원율 50%는 이들 요구 모두를 충족할 수 있는 목표"라고 밝혔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현재 주주환원율 수치를 감안할 때 2~3년 후의 중장기 목표로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최선의 수치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대부분 금융지주의 주주환원율이 30%대인 것을 감안할 때 40%대를 목표치로 삼기엔 주주환원 제고에 대한 체감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주환원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주주 입장에서 좋겠지만 금융사들의 영업이 결국 자본의 싸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적정 수준의 자본 재투자를 유지하면서 진행할 수 있는 주주환원율 수치 설정에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금융지주가 공통된 총주주환원율 목표를 설정한 것은 위에서 자본건전성과 주주환원 요건들을 모두 충족하는 총주주환원율 타깃에 대한 컨센서스가 암묵적으로 형성됐다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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