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신영부동산신탁이 설립 이후 줄곧 유지해온 무차입 기조가 깨진 데 이어 결국 모기업을 통한 유상증자에 나섰다. 책임준공형 신탁사업장 확대에 따른 자금 수요 증가와 자산건전성 부담이 누적되면서 기존의 보수적 재무 전략만으로는 리스크 관리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신영부동산신탁은 이달 15일 보통주 1000만주를 주당 5000원에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배정기준일은 2026년 1월 29일이며, 최대주주인 신영증권이 611만5427주를, 유진투자증권이 388만4573주를 각각 인수한다. 납입기일은 2026년 2월 12일로, 총 유상증자 규모는 약 500억원이다.
앞서 신영부동산신탁은 지난해 6월 발행 주식 한도를 기존 2400만주에서 5000만주로 확대하며 향후 자본 확충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제도적 기반도 마련해 둔 상태였다.
신영부동산신탁은 2019년 출범 이후 2024년까지 국내 신탁사 14곳 가운데 유일하게 무차입경영을 펼쳤다. 외부 차입 없이 영업을 이어가며 보수적인 재무 전략과 안정적인 유동성 구조를 강점으로 평가받았다.
다만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토지신탁 사업장 관련 신탁계정대가 늘어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건설사 부실이나 공정 지연으로 공사가 중단될 경우 신탁사가 직접 신탁계정대를 투입해 사업을 떠안는 구조인 만큼 자금 부담이 빠르게 커졌고 잠재 손실 위험도 함께 증가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신영부동산신탁은 지난해 6월 50억원 규모의 은행 차입을 처음으로 실행했다. 차입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설립 이후 이어져 온 무차입 기조가 종료됐다.
회사 측은 차입 배경에 대해 '선제적 유동성 관리'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신영부동산신탁 관계자는 "당시 신탁계정대여금 투입 확대 등으로 자금 수요 증가가 예상됐고, 우량한 대출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은행 차입을 실행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자산건전성 지표는 이후에도 빠르게 악화됐다. 자기자본 대비 순고정이하자산비율은 2024년 3월말 12.7%에서 2025년 3월말 34.5%로 급등한 데 이어, 2025년 9월말에는 57.3%까지 치솟았다. 책임준공형 사업 확대에 따른 신탁계정대 투입 증가가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 결과다.
책임준공 관련 잠재 리스크도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책임준공기한이 도과된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토지신탁 사업장은 총 9건이다. 이 가운데 전액 상환이 완료된 1건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장의 PF대출 잔액은 2741억원에 달한다. 향후 사업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신탁계정대 추가 투입이나 손실 현실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결국 이러한 구조적 부담이 누적되면서 단기 차입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모기업이 직접 자본 확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상증자는 지분율에 따라 배분되며 신영부동산신탁의 최대주주는 지분 61.2%를 보유한 신영증권이고, 유진투자증권도 38.8%의 지분을 보유한 공동 주주다.
신영부동산신탁이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2021년 이후 5년 만이다. 설립 초기 자본 확충을 제외하면 사실상 이번이 첫 유상증자다. 책임준공형 사업 관련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주 자본을 투입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단기 유동성 보강을 넘어 향후 리스크 확대 시 주주 차원의 추가 지원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신영부동산신탁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차입형 사업 신규 수주 등 영업자금 수요에 대비하고, 책임준공 사업장 관리에 필요한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