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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자산신탁, 모기업 도움 없이 자생력 '입증'
김정은 기자
2025.12.29 09:05:14
은행계열 중 유일한 흑자…책준형 손해배상 리스크도 비켜가
이 기사는 2025년 12월 26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자산신탁 영업이익 및 손해배상 소송 현황. (그래픽=딜사이트 김민영기자)

[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하나자산신탁은 은행계열 신탁사들이 잇달아 모기업 자본에 의존하는 가운데서도 홀로 자생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차입형 토지신탁 중심의 보수적인 사업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사업성이 검증된 사업장 위주로 선별 수주 전략을 펼친 결과다.


특히 책임준공형(책준형) 신탁 비중을 낮추며 소송과 손해배상 리스크에서 한발 비켜선 점이 두드러진다. 다수 신탁사들이 적자 누적에 더해 우발채무 현실화 시 또 한 차례 대규모 손실 가능성에 노출된 것과 대비된다.


◆ 차입형 집중…은행계열 신탁사 중 '홀로 흑자'


26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자산신탁은 국내 은행계열 신탁사 4곳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은행계열 신탁사는 총 4곳으로 하나자산신탁 우리자산신탁·KB부동산신탁·신한자산신탁 등이다. 이들 신탁사는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비중 확대와 부동산 PF 부실 여파가 맞물리며 대규모 적자와 실적 변동성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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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실적 격차는 사업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은행계열 신탁사들은 그간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책임준공형(책준형) 토지신탁 사업을 확대해 왔다. 책준형 사업은 신탁사가 직접 사업비를 조달하지 않는 대신 시공사가 준공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책임준공을 약정하는 구조다.


문제는 부실 발생 시 신탁사가 투입한 신탁계정대의 변제 순위가 후순위에 놓이면서 실제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규모 역시 사전에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신탁사를 상대로 한 책임준공 관련 소송이 잇따르는 배경도 이 같은 구조적 한계와 무관하지 않다.


반면 차입형 토지신탁은 신탁사가 직접 사업비를 조달하는 하이리스크·하이리턴 구조지만 신탁계정대 상환 순위가 선순위에 해당해 회수 안정성은 상대적으로 높다. 하나자산신탁은 이러한 구조적 차이를 감안해 2022년부터 책준형보다는 차입형 토지신탁에 방점을 두는 전략을 이어왔다. 책준형 사업이 후순위 변제 구조와 PF 우발채무 리스크를 동시에 안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건설 경기 침체 이후 다소 저하되기는 했지만 자산건전성 관리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책임준공확약 관리형 토지신탁과 관련된 신탁계정대는 전액 고정여신으로 분류됐고, 차입형 사업장 가운데서도 분양이 미진한 일부만 고정이하여신으로 잡혔다. 아직까지 대규모 대손 인식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경쟁 신탁사 대비 손실 현실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자산신탁은 은행계열 신탁사 중에서도 차입형 비중이 유독 높다. 하이리스크·하이리턴으로 분류되는 차입형 사업을 피하기보다 분양성과 사업성이 이미 검증된 사업장만을 골라 담는 방식으로 정면 돌파를 택했다. '선별 수주'를 앞세운 이 전략이 수익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추후 PF우발채무 리스크를 관리하는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지난 2022년 이후 차입형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재편한 이후 신규 수주 구조도 빠르게 차입형 중심으로 바뀌었다. 차입형 토지신탁 신규 수주액은 2021년 428억원에서 2023년 693억원으로 늘었고, 2024년에도 731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관리형 토지신탁 수주는 같은 기간 1081억원에서 109억원으로 급감하며 수주 구조의 역전이 나타났다.


이 같은 변화는 수익 구조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차입형 토지신탁 수익 비중은 2021년 17%에서 2024년 39%로 확대됐고 2025년 1분기에는 61%까지 치솟았다. 반면 관리형 수익 비중은 2021년 45%에서 2024년 17%로 낮아지며 지난해를 기점으로 차입형 중심의 수익 구조로 전환됐다. 실제로 하나자산신탁의 지난해 영업용순이익률은 34%로 국내 신탁사 가운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부터 올해 들어서도 영업이익 흑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순이익 기준으로는 올해 누적 실적에서 업계 1위다. 대손상각비 부담이 확대되는 시장 환경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처럼 손실 부담을 자체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여력을 유지하면서 하나자산신탁은 현재까지 모기업인 하나금융지주로부터 유상증자나 신종자본증권 인수 등 직접적인 자본 지원을 받은 이력이 없다. 최근 부동산 PF 부실과 책임준공 리스크 확대로 우리자산신탁·KB부동산신탁·신한자산신탁 등 다른 은행계열 신탁사들이 모기업의 자본 수혈에 의존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 책임준공 소송 확산 속 '0건'…수천억원 손해배상 앞둔 신탁사와 대비


여기에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비중을 낮춘 결과 우발채무 노출과 이에 따른 소송 리스크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다. 하나자산신탁은 현재까지 책임준공 확약과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이 단 한 건도 제기되지 않았다. 최근 시공사 부도나 유동성 위기로 공정이 중단되면서 대주단이 신탁사를 상대로 원금과 연체이자를 포함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업계 흐름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반면 다른 신탁사들은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될 수 있는 국면에 놓여 있다. KB부동산신탁은 책임준공 관련 손해배상 소송이 11건에 달하고 소송가액만 약 3000억원에 이른다. 신한자산신탁 역시 14건, 약 1500억원 규모의 소송이 진행 중이며 우리자산신탁도 4건의 소송에 휘말려 있다. 책임준공 리스크가 실질적인 재무 부담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책임준공 소송에서 신탁사에 불리한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을 키운다. 앞서 신한자산신탁은 평택·안성·인천 물류센터 관련 책임준공 소송에서 연속 패소하며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이 같은 판결 흐름을 감안하면 KB부동산신탁 역시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서 손실이 현실화될 경우 재무 부담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하나자산신탁은 책임준공 소송에 따른 대규모 손실 가능성에서는 한발 비켜서 있다는 평가다.


현재 하나자산신탁은 현재 책임준공이 진행 중인 사업장을 5곳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서울·수도권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14곳은 차입형 구조로 관리하고 있다. 사업 기간이 길고 안정성이 중요한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서 정책 및 시장 수요에 맞춰 관련 사업 비중을 지속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하나자산신탁 관계자는 "차입형 토지신탁에 집중하며 공동주택 위주로 분양성과 사업성이 검증된 우량 사업지를 중심으로 선별 추진하고 있다"며 "신탁·정비·리츠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분산하고 있는 데다 책임준공형 소송이 없어 충당금 설정 부담이 적어 순이익 측면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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