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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분리'는 명분뿐…중앙회장, 제왕적 권한 여전
한진리 기자
2026.01.22 08:00:17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영향력 여전…인사 개입에 연임 추진까지 신경분리 취지 무색
이 기사는 2026년 01월 19일 06시 3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90년 민선 체제 출범 이후, 농협중앙회는 30년 넘게 비리와 부정이 반복되는 '잔혹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곱 번째 수장 강호동 회장도 취임 1년 만에 해외 출장·이중 급여 논란에 휩싸이며 전임 회장들의 전철을 밟고 있다. 15년 만의 대국민 사과에도 진정성 의문이 사그라지지 않는 가운데, 형식적 인적 쇄신과 책임 회피는 농협의 구조적 모순이 여전히 진행형임을 보여준다. 딜사이트는 최근 이슈와 전례, 과도한 권한과 지배구조 한계를 전반적으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최근 불거진 농협중앙회 관련 각종 논란의 배경으로 중앙회장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 구조가 지목되면서 농협의 지배구조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12년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로 분리하는 이른바 '신경분리'가 시행된 지 14년이 지났지만, 중앙회장에게 집중된 인사 영향력과 조직 장악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경분리는 금융 부문의 독립성과 전문경영 체제 확립을 목표로 했지만, 제도 개편의 취지와 달리 실질적인 변화가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금융권 안팎에서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장은 법적으로 비상근 명예직이다. 실무 경영은 전무이사와 각 계열사 대표가 담당하고, 회장은 대외 활동과 상징적 대표성에 집중하는 구조다. 이 같은 구조상 회장은 일상적인 경영 판단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으며,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만큼 사고 발생 시 책임에서도 비켜나 있다. 또한 법적으로는 인사권도 보유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중앙회장이 중앙회는 물론 계열 전반에 걸쳐 상당한 인사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법적으로 계열사 인사에 개입할 수 없음에도, 조합장 직선으로 선출되는 회장의 정치적 위상과 조직 장악력이 인사 과정 전반에 간접적인 영향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선출직 회장이라는 특성상 임기 내 '친정 체제'를 구축하려는 유인이 작동하면서 지주 체제의 독립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 "실질적인 인사 라인은 여전히 중앙회로 연결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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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2024년 3월 NH투자증권 대표 선임을 둘러싼 중앙회와 금융지주 간 인사 갈등이다. 당시 정영채 사장의 용퇴 이후 강호동 중앙회장은 유찬형 전 부회장을 지지한 반면,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내부 전문가인 윤병운 부사장을 내세우며 정면으로 맞섰다. 숏리스트를 둘러싼 양측의 충돌은 신경분리 이후에도 중앙회의 인사 개입 논란이 반복돼 왔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장면으로 해석된다.


비슷한 협동조합 구조를 가진 수협중앙회와 비교해도 농협의 중앙집권적 시스템은 두드러진다. 수협 역시 중앙회장이 비상근 명예직이라는 점에서는 농협과 닮아 있지만, 그럼에도 수협은 상대적으로 전문경영인 체제가 안착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협은 2000년대 초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위기를 계기로 지배구조 개선이 추진됐고, 2012년 수협은행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면서 금융부문의 독립성을 비교적 명확히 구축해 왔다. 조직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금융부문의 사업 범위가 명확했던 점도 전문경영 체제 정착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반면 농협은 금융·경제·유통을 아우르는 거대 조직으로 성장하면서 중앙회의 영향력이 오히려 공고해졌고, 그 결과 권력 집중도가 더 높아졌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농협중앙회장의 권한 강화로 해석될 수 있는 또 다른 흐름은 연임 논의다. 농협중앙회는 2024년 이사회에서 회장 연임을 허용하는 내용의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안 추진을 논의하기도 했다. 현행 농협법은 중앙회장 임기를 4년 단임제로 규정하고 있다. 앞서 이성희 전 회장 재임 시절에도 연임제 도입을 골자로 한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바 있다.


연임 논의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현행 구조에서 연임이 허용될 경우 중앙회장에게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로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이러한 논의가 현직 회장의 '셀프 연임'을 위한 시도로 비칠 수 있다는 점 역시 논란의 불씨로 남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앙회장에게 집중된 제왕적 영향력이 유지되는 한 유사한 갈등과 잡음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정 인물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형식적인 쇄신이나 이벤트성 개편이 아니라, 금융·경제지주가 중앙회의 간섭 없이 전문 경영을 펼칠 수 있도록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지배구조 전반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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