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민선 체제 출범 이후, 농협중앙회는 30년 넘게 비리와 부정이 반복되는 '잔혹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곱 번째 수장 강호동 회장도 취임 1년 만에 해외 출장·이중 급여 논란에 휩싸이며 전임 회장들의 전철을 밟고 있다. 15년 만의 대국민 사과에도 진정성 의문이 사그라지지 않는 가운데, 형식적 인적 쇄신과 책임 회피는 농협의 구조적 모순이 여전히 진행형임을 보여준다. 딜사이트는 최근 이슈와 전례, 과도한 권한과 지배구조 한계를 전반적으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농협중앙회 회장 선출 방식이 다시 대의원 간선제로 돌아갈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강호동 회장의 뇌물 혐의 등 논란을 계기로 출범한 농협개혁위원회가 중앙회장 선출 방식 개선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다만 선출 방식의 즉각적인 회귀 가능성보다는 현행 제도의 한계를 드러낸 문제 제기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선제와 간선제 모두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선거 구조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강호동 회장은 지난 13일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농협개혁위원회를 구성하고 중앙회장 선출 방식과 지배구조, 조합장·임원 선거제도 전반을 개선 과제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농협개혁위원장은 외부 전문가가 맡고 법조계·학계·농업계·시민사회 등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현재 농협 안팎에서는 대의원 간선제로의 즉각적인 회귀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2021년 농협법 개정을 통해 17년 만에 되찾은 조합장 직선제가 아직 정착 단계에 있는 상황에서 이를 다시 뒤집기에는 정치적 명분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대의원 간선제 역시 과거 대의원 선출 과정에서 금품 제공과 향응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전례가 있어 문제의 근본적 해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간선제 회귀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은 조합장 직선제 역시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직선제 도입 이후에도 선거 비용 부담, 조합장 간 조직적 연대, 지역별 영향력 쏠림 등의 문제가 반복되면서 '방식 변경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선출 방식 논의는 최근 조합장 직선제를 넘어 조합원 직선제 요구로까지 확장되는 모습이다. 전북농업인단체연합회는 최근 강호동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고 "농협 비리는 조합장들이 중앙회장을 뽑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며 조합원 직선제와 독립적인 감사 기구 설치 등을 요구했다.
다만 조합원 직선제는 농민을 대표한다는 상징성은 크지만 206만명에 달하는 유권자를 관리해야 하는 행정적 부담과 전국 단위 선거 비용 등 현실적인 장벽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조합원 직선제 요구는 당장 실현 가능한 대안이라기보다 현행 선거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농협개혁위원회 논의는 선출 방식 자체보다는 선거 과정의 투명성 강화와 당선 이후 권한 통제 장치 마련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선거에 과도한 비용이 드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당선 이후 보은 인사나 자금 회수 시도가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회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이를 견제할 독립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속적으로 지적돼 온 문제다.
회장 선출 방식 변경은 농협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단기간에 결론을 내기 어렵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더한다. 이에 따라 선거운동 규칙 정비, 금품·향응 제공에 대한 제재 강화, 회장 권한 축소 및 감사·윤리 기구 보완 등 시행령이나 정관 개정으로 가능한 영역부터 손질하는 단계적 접근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크다.
농협 관계자는 "선거 과정 전반의 문제점도 들여야 봐야 하지만 조합장 선거에서부터 금품이 오가는 현실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어느 한 가지만 손 본다고 해서 상황을 크게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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