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농협중앙회가 대대적인 임원 인사를 예고하면서 NH농협금융그룹 내부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도덕성과 청렴성을 강조한 전례 없는 인적 쇄신이 진행되는 가운데, 승진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 특히 강호동 중앙회장이 금품수수 등 비리 혐의로 조사받고 있어, 이번 인사로 올라간 임원들이 향후 재교체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내달 예정된 정기 임원 인사에서 계열사 상근 임원의 최대 절반가량을 교체할 계획이다. 대상자는 잔여 임기와 상관없이 계열사 상근 임원 전체다. 그런만큼 지난해말 신규 선임된 임원들 역시 1년만에 인사 시험대 앞에 서게 된다.
이번 인적 쇄신 규모는 외부 전문가 영입을 감안하더라도 2012년 신경분리(신용사업·경제사업 분리) 이후 최대 수준이 될 전망이다. 그만큼 승진폭이 넓어졌지만 내부에서는 이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최종 인사권자인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거취가 불확실한 만큼 불안감도 함께 커지고 있어서다.
앞서 지난 10월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농협중앙회 본관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강 회장은 지난해 1월 전후로 농협중앙회 계열사와 거래 관계에 있는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1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특정기업에 대해 부당대출을 제공한 혐의 등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금융 내부에서는 이 때문에 이번 승진으로 강 회장과의 연결고리가 생성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뒷말이 나온다. 강 회장이 유죄를 선고 받을 가능성을 낮지 않게 보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원으로 선임되면 강 회장 사람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며 "강 회장이 직을 상실할 경우, 이번 인사에서 승진한 임원들도 재차 물갈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승진 기회가 아닌 향후 인사 리스크를 함께 안고 가야 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농협중앙회는 당초 정부가 회장을 임명하는 관선제였다가 1988년부터 민선이 도입됐다. 조합장 전체가 참여해 직선제로 회장을 선임해왔지만 민선 1·2·3기 모두 비리 혐의로 임기 중 구속되는 부정 우려가 커지자 2009년 간선제로 전환됐다.
이후 다시 농협법 개정을 통해 지난해부터 다시 직선제로 선거 방식이 바뀌게 됐다. 강 회장은 17년만에 직선제로 선출된 중앙회 수장이다. 하지만 강 회장 역시 주요 임원에 측근 인물들을 대거 임명하고 농협금융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에서 당시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마찰을 빚는 등 인사 투명성에 배치되는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번 인사는 내부 승진자들에게 단순한 기회가 아니라, 향후 조직 안정과 연결되는 '시험대'라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세대교체와 외부 전문가 영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강 회장 관련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한 승진자들은 '강 회장 라인'이라는 꼬리표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농협금융 내부에서는 승진 기피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는 가운데, 오는 정기 임원 인사가 NH농협금융그룹의 조직 안정과 인사 리스크를 동시에 시험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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