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김민석 국무총리가 경기 성남시 판교IT밸리를 찾아 업계인들과 소통 행보를 이어간 가운데 넥슨 사옥을 방문한 배경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게임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책적 메시지 차원으로 해석되나, 최근 넥슨 지주사인 NXC 지분 매각 논란이 불거졌음을 의식한 행보라는 시각도 나온다.
1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김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30분 넥슨 사옥에 도착해 강대현·김정욱 공동대표 등 넥슨 경영진 및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세액공제·규제합리화 논의…'진흥+이용자보호' 병행 강조
이날 현장에선 지금까지 게임업계에서 요청해온 게임 제작비 세액공제, 숏츠 게임 이용자 편의 제고를 위한 규제 합리화 등 정책 과제가 넥슨 경영진과 논의됐다.
김 총리는 "콘텐츠 수출의 약 70%를 게임이 차지하고 있고, 넥슨은 30년 넘게 독보적인 경쟁력을 축적해온 기업"이라며 "산업 진흥과 함께 게임 이용자 보호가 병행돼야 산업 신뢰도와 글로벌 경쟁력이 함께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 관계자들이 콘텐츠 산업 관련 정책 발표 일정을 앞두고 게임사를 찾아 업계 현황을 점검하는 건 흔한 일이었다. 지난 2024년 6월에도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제8차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 직전 네오위즈 사옥을 찾아 현장 시연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기존의 관행을 고려하더라도 이례적이라는 분위기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게임업계 현장 간담회를 진행했고, 김 총리가 지난해 11월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현장을 찾은 데 이은 소통 행보라는 점에서다. 통상 대통령 당선 직후 게임산업을 등한시했던 전 정권들과 대비된다는 평가다.
◆경영진보다 개발자…'청년 목소리'에 더 긴 시간
눈에 띄는 점은 경영진과의 면담보다도 청년 개발자와 소통에 할애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는 것이다. 김 총리는 이날 넥슨 경영진과 15분 정도 면담을 진행한 후, 직원들과 약 25분 가량 소통 간담회를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김 총리는 이 자리에서 청년들이 바라보는 K-게임 산업에 대한 기대와 고민을 직접 수렴했다. 청년 개발자들은 창의적인 개발 환경과 워라밸이 보장되는 기업 문화 정착을 위해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두 차례 진행된 현장 간담회가 경영진과의 면담을 통해 시장 현황과 업계 핵심 현안을 파악하기 위한 자리였다면, 이번 방문은 개발자와의 소통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현장 실무 종사자들이 게임 개발 과정에서 겪는 고충과 제안을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실질적인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읽힌다.
◆흥행 성과 위에 '물납지분'…텐센트 변수까지
업계에선 김 총리가 방문 기업으로 넥슨을 택한 이유로 지난해 신작 성과가 가장 두드러진다는 점을 지목한다. 실제 한 전 총리가 네오위즈 사옥을 찾은 배경에도 2023년 출시작 'P의 거짓'의 게임대상 수상을 비롯한 흥행 성과가 자리했다는 점에서다.
넥슨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마비노기 모바일'은 지난해 11월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익스트랙션 슈터 신작 '아크 레이더스'는 최근 전세계 판매량 1240만장을 돌파했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넥슨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 국내 모바일 게임 퍼블리셔(유통·배급사)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정부가 최근 넥슨 지주사 NXC의 물납 지분을 한국형 국부펀드에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임을 고려하면, 해당 이슈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정치적 시그널로도 읽힌다.
정부는 고(故) 김정주 넥슨 회장 유족의 상속·증여세 물납으로 보유 중인 주식을 현물출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정부의 미처분 물납주식(6조8000억원) 중 약 30.6%인 4조7149억원이 비상장사 NXC 지분이다.
다만 비상장 주식이라는 특성 및 거래 규모 부담 등으로 세 차례 유찰되며 매각이 성사되지 않은 상태다. 최근 NXC의 지분을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가 인수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NXC가 보유한 지분이 넥슨 경영의 핵심을 좌우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지분의 향방에 따라 국내 대표 게임 기업의 국적 및 향후 전략 방향이 급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텐센트는 넥슨을 비롯해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시프트 등 국내 게임사의 주요 주주이자 재무적 투자자(FI)다. 중국 게임시장 특성상 현지 기업과 협력은 필수다. 이 때문에 텐센트는 사실상 K-게임의 중국 게임 시장의 핵심 관문 역할을 맡고 있다. 이같은 입지를 고려하면, 텐센트가 향후 한국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정부 관계자들의 기업 방문 일정에서 경영진 면담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았음을 고려하면, 이번 방문은 청년 개발자와의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며 "최근 NXC 지분 매각 논의와 맞물려 민감해진 시장 상황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반영된 행보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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